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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8 21:17 수정 : 2008.02.28 21:17

정남기 논설위원

[아침햇발]

요즘 일본에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류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후쿠다 야스오 총리를 비롯한 전·현직 총리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음달이면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한 초당파 의원연맹이 결성된다. 일본은 또 오는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서방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한국을 초청할 예정이다.

지난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경제홍보센터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런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대도 빠지지 않았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정조회장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두 나라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위상이 그렇게 높아졌나?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한국은 일본에게 있어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의 수출 대상국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연간 260만명을 넘는다.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범중국계 방문자가 290여만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숫자다. 경제적 역관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준으로 한 항만 순위에서 부산이 세계 5위로 올라선 반면 도쿄는 23위로 밀려났다. 미국과 중국을 잇는 화물 운송로가 도쿄 대신 부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외피를 살짝 걷어내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은 일본에 263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562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무역적자가 무려 299억달러다. 한 해 만에 무려 70억달러 가량이 늘었다. 산업의 저변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 크다. 일본의 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와 전자는 말할 것도 없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전, 자동제어와 로봇 제작, 항공기 제작 등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은 특히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항공산업 육성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쳐놓은 진입장벽에 막혀 군침만 삼키던 일본이 아시아를 발판으로 하늘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힘의 원천은 부품·소재 산업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수천, 수만 개의 중견·중소 기업이 일본 경제를 굳건히 떠받친다. 기술 개발은 고사하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데라시마 지쓰로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 소장은 “한국도 세계 일류급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제 산업의 저변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기업 몇 개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300억달러 대일 무역적자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각별히 중시한다. 취임 연설에서도 중국, 러시아에 앞서 일본을 거론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오는 4월 일본 방문 때 한-일 자유무역협정을 바로 밀어붙일 기세다. 교역을 확대하자는 것은 좋다. 그러나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는 정말 준비가 돼 있을까?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300억달러 적자가 문제가 아니다. 이 추세라면 400억달러, 500억달러도 시간문제다. 서둘러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바꾸고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하지 않으면 산업의 뿌리까지 내줘야 할지 모른다. 혹시 원화 가치가 조금 올랐다고 일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성급한 쏠림을 경계한다.

정남기 논설위원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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