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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5 20:56 수정 : 2009.01.05 20:56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아침햇발

우리 사회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새해 첫머리 국회에서 벌어진 격렬한 충돌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그동안 당연시되던 민주적 가치와 기준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만큼 우리의 정치·사회적 토대가 취약했던 것일까? 역사의 수레바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아님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사실, 사회가 늘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항상 꿈틀대며 그 모습을 바꿔간다. 그 변화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그것은 역사 발전이라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반동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그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역사 발전’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히틀러나 박정희나 전두환 모두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은 지금의 혼란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망가진 나라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본다. 그리고 그 혼란기를 최소화하고자 자신들이 그리는 사회를 굳건하게 할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구축하려고 서두른다. 한나라당이 지난 세밑에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엠비(MB) 법안’을 무더기 통과시키려고 밀어붙였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들이 몰아붙이고 있는 변화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돼 있다. 단지 정파적이나 이념적으로 과거 정부와 달라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과 내용이 역사 발전의 그것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역사는 길게 보아 자유·평등·저항권 등 기본적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행복추구권 등이 확장되고, 국민주권과 다수결 원리, 법치 등 민주적 가치가 보편화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이 정부가 이런 역사 발전과 거꾸로 가고 있음은 지난 1년 동안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고, 인간 존엄이란 가치는 경제 살리기에 거치적거리는 걸림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환경 파괴적인 대운하 건설 같은 ‘삽질 경제’는 우리의 지속 가능한 삶의 토대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퇴행적인 변화는 역사의 반동일 뿐이고, 머잖아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돼 있다.

민주적 가치를 조금 훼손하더라도 경제 살리기에 성공하면 국민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도 착각이다. 민주주의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 불가능함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역사 발전이 거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 발전은 늘 우리에게 피와 땀과 희생을 요구한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 가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는가. 제 몸까지 불사른 꽃다운 젊은이들과 거리를 가득 메운 ‘넥타이 부대’가 있었기에 전두환 독재정권도 종식시킬 수 있었다.

이제 또다시 그런 혹독한 희생을 치르며 거꾸로 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의 희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정부가 시대정신에 맞게 궤도 수정을 하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과거 정부와 같은 길을 가라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인간의 기본권과 민주적 가치를 파괴하는 폭압적 시도부터 멈추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 정권과 국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런 조짐은 벌써 시작됐다. 그 싸움의 승자도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정부를 헐뜯거나 겁박하려는 게 아니다.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왜 실패가 뻔한 길을 그리 고집하는 것인가.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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