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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01 21:18 수정 : 2009.06.01 21:18

정남기 논설위원

아침햇발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임채진 검찰총장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막강한 권력기관의 수장이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나이도 한 살 차이로 비슷하고 두 사람 모두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에 임명됐다. 재미있는 것은 참여정부의 핵심이었던 두 사람이 이명박 정부 들어 그대로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은 임기제니까 바꾸기 어렵다 치자. 대구·경북(TK) 출신도 아닌 충남 태안 출신 한 청장이 그런 뒷심을 발휘한 배경을 두고서는 아직도 많은 추측이 난무한다. 두 사람은 올해 초 4대 권력기관장 교체라는 큰 폭풍 속에서 다시 살아남았다. 물론 한 전 청장은 유임 방침이 정해진 직후 터진 그림 로비 의혹으로 낙마했다. 하지만 이들의 놀라운 생존 능력은 감탄할 만하다.

이들은 촛불정국이 잦아들 무렵인 지난해 가을 큰 승부수를 띄운다. 국세청과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냥’을 위해 보기 드문 합동작전을 펼친 것이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에 이어 같은 해 11월 검찰 수사 착수, 지난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구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에 이르는 과정은 철저하게 두 권력기관의 상호협조 아래 이뤄졌다. 실제로 국세청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상당수 정예요원들을 파견해 수사를 도왔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은 지난 1월 예기치 못한 그림 로비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 미국으로 몸을 피했다. 임채진 총장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어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1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상률과 임채진 두 사람은 정치적 독립을 생명으로 하는 권력기관의 수장이면서도 지난 1년 동안 한시도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오히려 조직의 힘을 지렛대로 권력자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이 모시던 전직 대통령을 처참하게 난도질해 낭떠러지로 밀어붙였다.

단순히 개인적인 야심이었을까, 아니면 권력의 본질이 원래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참여정부 사람이란 약점을 만회하려고 더 매몰차게 노 전 대통령을 몰아붙인 것일까? 속내를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어떤 사정이 있었든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두 사람은 역사에 자랑스럽지 못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권력을 위해 자신의 주군을 사지로 몰았다는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긴 셈이다.

두 사람이 다른 점도 있다. 한 전 청장이 적극적으로 권력에 코드를 맞추려 했다면 임 총장은 소극적인 동조자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청장은 옥온주장(玉


珠藏)이란 좌우명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목표를 위해 집요하게 매달리는 성격이다. 정치적 계산이 뛰어나고 모든 일에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임 총장은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권력 실세와 가까운 티케이 출신들에 둘러싸여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나는 날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임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한 전 청장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사표를 내고 국세청을 떠날 때 그를 따뜻하게 배웅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 임 총장의 마지막도 그리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검찰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정남기 논설위원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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