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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7 22:09 수정 : 2009.07.27 22:09

여현호 논설위원

동업자를 평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남의 집 일이라고 짐작 못 할 바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도 많다. 하지만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자주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때도 그랬다. 천 후보자의 어설픈 해명과 여러 비리 의혹을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1면과 3면 기사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에 <동아일보>는 8면에만, 그것도 ‘위장전입, 자녀교육 위한 것’이라는 천 후보자의 변명을 제목으로 붙여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6면에서 그의 해명과 발언을 중심으로 기사를 구성하고 제목을 붙였다.

기사 가치 판단이야 각 언론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과 기본은 있는 법이다. 권력을 둘러싼 의혹은 어느 시대, 어느 언론에나 주요 관심사다. 천 후보자 문제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조선과 한겨레 눈엔 뻔히 보이는 의혹과 파장을 유독 동아와 중앙만 보지 못했을까. 두 신문의 연륜으로 보더라도 그럴 리 없다. 못한 게 아니라면 안 한 것일 터이다.

그런 일은 또 있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차명계좌’를 폭로했을 때,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는 약속이나 한 듯 12면이나 10면에서 아기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기사로만 다뤘다. 놀라운 폭로 내용이나 그 뒤 이어진 파장에 비춰보면 터무니없는 축소 보도다. 조중동이라고 이를 몰랐을까. 몇 달 뒤 어느 자리에서 한 신문의 편집 간부는 그때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얼굴만 벌겋게 물들인 채 말을 못했다.

언론관련법 국회 날치기 처리 때는 관련 소식을 연일 1면의 주요 기사로 다루던 조선·중앙이 7월25일치 1면에선 언론법 뉴스를 갑자기 쏙 뺐다. 다른 모든 신문의 그날치 1면 주요기사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의원직 사퇴’였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 번지는 파문을 외면할 만큼인지는 의문이다. 혹시 이들 신문은 나만 눈감으면 세상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은 분명히 착각이다. 사람들이 이젠 신문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 정기구독률은 지난 10여년 사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국민의 신문 신뢰도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보다 한참 못하다. 가린다고 덮어질 세상도 이미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반드시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만 눈감으면 된다는 생각은 ‘그들만의 세상’에선 통한다. 조중동이 야당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가볍게 다루는 동안, 한나라당 지도부도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제 갈 길만 간다. 언론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압도적 여론도 외면한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은 더 강해졌다.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은 물론 영남권에서도 언론법 내용에 대한 반대가 찬성보다 갑절 많은데도,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인 한나라당 지지층에선 거꾸로 찬성이 반대의 갑절 이상이었다. 세상의 나머지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지지층만 접한다면 한나라당이 자신의 행동에 의심을 품을 이유는 없을 게다. 여기에 입맛이나 타산에 맞지 않는 사실 따위엔 과감히 눈감는 언론까지 있다면 듣고 싶은 것만 듣고도 얼마든지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외부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집착해 상식이나 논리와 동떨어진 생각을 심리학에선 자폐적 사고로 본다. 외부와 적절하게 관계 맺는 현실적 사고와 달리 주어진 문제를 풀 수 없는 사고 행태다. 이제 언론관련법 강행처리로 신문과 방송을 아우르는 미디어 재벌이 나오면, 그들이 눈감는 대로 세상사를 모르고 넘어갈 이들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여론 독과점의 암울한 디스토피아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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