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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3 21:46 수정 : 2009.09.03 21:46

여현호 논설위원

요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놀랄 만하다.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20~30% 박스권에 머물러 있더니, 8월 들어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0%를 훌쩍 넘는다. 그 앞 조사보다 많게는 10%포인트 넘게 올랐으니 뚜렷한 상승세다.

왜 이렇게 오르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어떤 일에 대해 어떻게 했기에 그리됐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기존의 틀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지율 상승의 계기부터 분명치 않다. 주가 상승 등 경제회복이 가시화된 탓 아니냐지만, 고용 사정 등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정부가 차분히 대응하면서 호남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섰다지만,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는 진작 시작된 일이다. 역시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민주당은 이를 “이명박 정부의 위장전술이 통한 탓”이라고 보려는 모양이다. “껍데기에, 면피용이고, 형식에 지나지 않는” 정부의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이 마치 내용이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도 모르는 것 같진 않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정부의 서민 대책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선 마뜩잖아하면서도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많은 셈이다.

딱히 잘한 일도 없는데 지지율이 올랐다면 상대방 탓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야당에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수십 년 이어져 온 우리 국민의 정치 정서에서, 두 사람은 여와 야 또는 보수와 진보 가운데 한쪽을 상징하는 축이었다. 현실 정치에 대한 실제 영향력과는 별개로 그 존재만으로도 여전히 자장을 미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난 공백을, 민주당 등 야당은 메우지 못했다. 구체성 있는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며 믿음을 주지도 못했거니와, 그들만큼 될 것 같은 인물도 내놓지 못했다. 정서적인 축이었던 두 사람이 서거한 충격은 쓰나미 같았을 터인데도 유언이 어떠했느니 따위 정치적 상속 싸움만 하는 형국이다. 갈 곳 잃은 민심이 이리저리 떠도는 게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 빈자리를 선점했다. 서민대책이 애초엔 내용 없는 것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하겠다는 정부의 뜻이 거듭 쌓이면서 차츰 사람들의 기대를 얻게 됐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기대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터다. 지금 이 순간 야당이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한다면 정부 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 또한 당연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야당이 이명박 정부 비판에만 치중할 경우 정부가 조금만 잘하면 이를 높이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중도실용과 통합도 형상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야권 성향으로 알려져 온 정운찬 총리의 기용으로,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좌표축을 왼쪽으로 몇 칸 옮긴 듯한 인상을 얻게 됐다. 왼쪽의 공백이 두드러진 지금으로선 지지 기반을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몇 차례 헛발질을 한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감이 얼마 전만 못하다. 이명박 정부의 충청권 공략과 행정구역·선거제도 개편이 뜻대로 이뤄지면 정치 지형은 또 달라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장차 심한 쏠림 현상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야당이 그런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이 중요한 문제라면 아직은 장담하기 힘들 듯하다.

여현호 논설위원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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