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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9 22:13 수정 : 2009.10.29 22:13

여현호 논설위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다음날 아침,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보인 반응은 좀 놀랍다.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은 앞세웠지만, 지지는 않았다는 표정이다. “아쉬움은 좀 남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거나, 재보선 여당 전패의 징크스를 깼으니 오히려 “정치적 승리”라는 말이 나왔다. 정몽준 대표는 공식회의에서 “6년 만의 여당 승리”라고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분발하고 매진하라는 채찍과 격려”라고 정리했다.

정말 여당이 지지 않은 선거일까?

최근 재보선에서 여당이 이긴 예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여섯 달 전 4·29 재보선에선 한나라당이 0 대 5로 참패했고, 민주당도 여당 시절 재보선마다 줄줄이 져 0 대 33의 참담한 기록을 남겼다. 두 석이나 건진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이 애써 자위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3표를 이겼건 3만표를 이겼건 결과는 똑같은 것처럼, 몇 대 몇으로 졌건 진 것은 마찬가지다. 패배를 굳이 패배가 아니라고 되뇌는 것은 충격을 덜고 당장의 혼란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데는 오히려 독이 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를 쓰라린 패배로 받아들여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또 있다. 먼저, 수도권 참패다. 이명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승리는 유권자의 4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상대 후보 득표율의 배가 넘는 52.0%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데 크게 힘입었다. 수도권의 지지가 없었다면 당내 경선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수도권 111석 가운데 80석 이상을 얻으면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굳이 따지자면,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권에 기반을 뒀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은 수도권 정당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의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과 시흥시장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18대 때 한나라당 몫이었던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에서 모두 패배했다. 수도권 기반이 흔들리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에게 미래가 있을까?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도 곱씹어봐야 한다. 올해 초 10%대까지 떨어졌던 대통령 지지율은 7~8월을 전후해 30%대로 올라, 10월 중순에는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를 앞선 일도 있고, 처음으로 50%를 넘기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번 재보선 직전까지의 여론이 그랬는데, 왜 선거 결과는 거꾸로일까?

여론조사와는 다른 민심의 속내가 따로 있을 수도 있고, 경이롭기까지 했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애초부터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뒤 국민의 헛헛한 마음에서 비롯된 신기루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는 과거나 야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하게 된 탓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앞세운 몇몇 정책과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다가, 금세 세종시 말바꾸기와 김제동씨 퇴출 따위 오만한 모습을 드러내자 민심이 다시 등을 돌린 것으로 봐야 한다. 총선 때와 육박하거나 오히려 높기도 했던 이번 재보선 투표율도 그런 ‘할 말 있다’는 분위기의 반영일 수 있다. 그만큼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지지 않았다고 우긴다면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하겠다는 뜻이 된다. 반성하고 국정쇄신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는커녕 불길한 전조 앞에서도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는 꼴이다. 그 끝에는 더한 불행과 실패가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여현호 논설위원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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