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6.03 20:16 수정 : 2010.06.04 09:29

정남기 논설위원

민심은 역시 무서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조차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덕분에 민주당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규모 선거에서 완승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변수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전 포인트도 여러가지다.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에서부터 북풍과 노풍의 정면대결, 전국적인 교육감 선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대상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한명숙 전 총리 두 사람이다. 한 전 총리는 정권심판론의 대표 주자, 김 교육감은 최대 이슈인 무상급식의 아이콘으로서 사실상 범야권의 간판스타였다.

김 교육감의 압승은 여론조사 결과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가지다. 그가 주도한 전면 무상급식 정책이 범야권의 최대 공약으로 선거 국면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적인 교육감을 대거 당선시킨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육감의 교육개혁 방식은 남다른 점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와 이념공세를 받았지만 불필요한 충돌이나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천안함’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그는 교육개혁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판교 보평초등학교, 고양 덕양중학교 등 혁신학교들이 그것이다. 그가 취임 한해 만에 학부모들의 호응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무상급식 정책은 야권을 넘어 여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작은 개혁이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그 반대다. 애초 예상보다 선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놓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또 25개 구 가운데 21곳을 휩쓴 민주당이 정작 서울시장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잘했다는 아전인수식 평가나 패배의 원인을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약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과 ‘무상급식’만 앵무새처럼 외쳤을 뿐 자기가 왜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 시장으로서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했다. 시정 업무에 대해서도 알맹이 없는 부실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문화방송> 주최 토론회에서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두 사람이 토론을 주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한 후보는 정권심판론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선거전략의 정점에 있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저절로 바람이 일어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리라는 안이한 선거전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때문에 공천 개혁도 없었고, 제대로 경선도 치르지 않았다. 또 텔레비전 토론은 회피 전략으로 일관했다. 애초 선거 전략과 구도가 잘못 짜인 탓이다.

이번 선거를 민주당이나 야권의 승리라고 부르는 것이 꺼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권자가 오만과 독주로 치달을 때 이를 스스로 견제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자동제어장치라고나 할까? 민주당이 민심을 움직인 게 아니라 민심이 먼저 움직여 민주당을 다시 정치무대의 전면에 올려세운 것이다.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는 말이 있다. 권력은 배, 민심은 물과 같으며, 물살을 거스르면 배가 뒤집어진다는 얘기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선거에서 진 여당만의 몫은 아니다. 야당 역시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찾아 새겨야 한다.

정남기 논설위원jnamk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