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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7 18:58 수정 : 2011.02.18 18:57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누가 뭐래도 최근 개헌 추진은 이명박 대통령의 어젠다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총대’를 멨지만, 그 뒤에 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장관이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지난해 8월 특임장관에 임명된 뒤다. 한나라당은 또 어떤가? 당 지도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이 대통령과 비밀회동을 한 뒤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고권력자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여당에서조차 ‘생뚱맞게 무슨 개헌’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왜 그럴까?

애초부터 이 대통령발 개헌론은 묘한 구석이 있다. 하자고는 했는데, 내용이 없다. 국회에서 논의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정도다. 그나마 참조할 만한 것은 이달 초 방송 좌담회 발언 정도다. “그때(1987년)는 민주화를 하다가 개헌을 했는데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가 왔다. 거기에 맞게 남녀 동등권의 문제, 기후변화, 남북 관련에 대한 것을 손볼 필요가 있다.” 헌법이 시대에 뒤떨어졌으니 고치자는 것이다. 그래도 구체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이 대통령이 나서면 될 일도 안되기 때문에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닐까? 개헌론의 배후가 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개헌은 나라의 틀을 바꾸는 백년대계다.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런데도 뜻이 있는 본인은 입 다물고, 뜻도 없는 남보고 재촉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남 얘기 하듯 하는 태도로 현실을 돌파할 수 있을까?

명분을 뭐라고 하든, 개헌론의 현실적 출발점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우리 사회의 대략적인 합의수준도 있다. 핵심을 꼽는다면 권력분산, 고질적인 갈등 구조의 완화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해낼 수 있는 일인지도 의심스럽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통령이 권력집중 완화나 우리 사회의 갈등 완화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들어본 바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도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한 장치들이 있다. 예컨대 총리에게는 각료 제청권이 있다. 그러나 총리가 헌법상 권한을 행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고?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임 총리제’는 무엇인가? 입법부는 또 어떤가? 국회는 행정부 견제가 고유 기능이다. 그러나 전례없는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가? 이 대통령의 인사 하면 고소영 내각이나 강부자, 에스(S)라인이 떠오르는 게 현실이다. 특정 지역 편중 인사 논란은 인사 때마다 단골 메뉴였다. 이런 일들이 지역 갈등을 얼마나 조장해왔는지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대통령은 기본권, 환경문제 등도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권상황 후퇴를 심각히 우려한 대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진정성은 목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하라고 해서야 누가 따르겠는가? 할 수 있는 것도 해보지 않고 바꿔야 한다고 하면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닐까?

헌법은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가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최고의 법체계다. 개헌이 쿠데타나 민중봉기 등 나라에 큰 변란이 생겼을 때 주로 이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개헌이 쉽지 않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한다는 나라치고 개헌이 잦은 나라가 있는가? 그래도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국민의 뜻이 모아지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개헌할 때인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게 현실이다.

이 장관은 최근 개헌을 위해 골리앗과 맞서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성서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결을 함축하고 있다. 다윗의 승리는 신의 영광으로 칭송된다. 골리앗이 누구인지는 이 장관이 밝히지 않아 알 수 없다. 그러나 개헌 반대세력을 무찔러야 할 골리앗으로 보는 대결적 태도로 개헌 동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긴, 항간의 소문처럼, 본디 개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판을 흔들 뭔가가 필요했던 것이라면, 그게 뭔 대수랴.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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