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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8 19:04 수정 : 2011.06.28 19:04

한승동 논설위원

동족증오의 광기 속에 몰래
다가오는 것은 외세와 군비증강,
새로운 냉전과 전쟁위기다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라고 대통령은 얘기했다지만, 그렇게 몰래 올 주인공은 아무래도 통일이 아닌 듯하다. 종종 언표된 것과는 정반대로 가고 만 이제까지의 씁쓸한 체험이 불러일으킨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 때문만은 아니다. 민항기를 향해 총을 난사하고, 상대를 “부관참시, 능지처참”하고 “북괴군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는 살벌한 소란과 긴장 속에 잠입을 시도할 간 큰 도둑이 있겠나. 요란한 소동에 정신이 팔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정말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6월21일의 워싱턴 외무·국방담당 각료회의(2+2) 공동발표문 2항에서 미국과 일본은 미-일-한, 미-일-호주, 그리고 미-일-인도의 3개 삼각동맹체제 강화를 강조했다. 발표문은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동·남중국해 항행 자유를 촉구하는 등 중국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후텐마 미 해병대기지 이전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때 껄끄러워지는 듯했던 미-일 보수 지배세력 간의 균열은 봉합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의 대미 투항은 더 노골화하고 있다.

발표문 3항에 이런 게 있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요청할 수 있는 에스엠3 블록2에이(SM-3 Block 2A)의 제3국 이전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필요한 경우나 국제평화 및 안전에 필요한 경우, 또 그 제3국이 에스엠3 블록2에이의 재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을 갖고 있을 경우, …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해온 미사일방어(MD)용 탄도탄요격미사일과 그 기술을 미국이 제3국에 팔겠다고 하면 일본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에스엠3은 함상발사형 중·단거리 요격미사일인데, 이지스함에 탑재된다. 일본은 새 방위계획대강에서도 모호하게 만들어놓은 이른바 ‘무기수출 금지 3원칙’ 허물기 여부를 문제삼고 있으나, 우리에겐 이 얘기가 정부가 이제까지 아니라고 부인해온 한국의 미사일방어구상 참여를 상정한 것으로 들린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구실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사일방어구상 추진을 강행해온 버락 오바마 정권이 동아시아에서 이의 도입을 종용할 대상국 영순위가 어느 나라이겠는가. 한국은 이미 에스엠3을 탑재할 수 있는 첨단 이지스함들을 계속 취역시키고 있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천문학적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군사계획들이 미·일의 세계전략과 맞물려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 군부가 나토의 군비증강을 촉구하고 상원 군사위가 비용 증가를 이유로 ‘주한미군의 가족동반 3년 근무’ 계획 보류 권고안을 통과시킨 건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뻗대기가 이른바 ‘방위비 분담’ 증대로 이어진 전례들로 보건대 천문학적 미사일방어 비용과 아마도 미군 가족동반 비용까지 결국 우리가 떠안게 되지 않을까.

전세계를 향해 이 나라가 사람 살기 어려운 몹시 위험한 나라라는 걸 선전이라도 하는 듯한 ‘능지처참, 부관참시’식 대북 적대감 고취는 그런 비용부담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여론을 몰아가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냉전과 전쟁위기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이 위험한 행진을 막기는커녕 거기에 적극 가담하면서 저들의 전략적 하위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긍지조차 느끼고 있는 듯한 세력들이 있다. 통일을 위한 준비가 군비 증강과 새로운 냉전, 전쟁위기, 동족대결일 순 없다. 요란한 흡수통합식의 정치적 통일에 집착하면 통일은 더 멀어진다. 조용히 경제·문화적 통합을 착실히 이루어 가면 정치적 통일은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다. 그게 도둑처럼 몰래 올 진정한 통일 준비가 아닐까.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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