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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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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문제에서 박 의원의
소통 능력은 불통 수준이다
이 대통령보다 더하다
2005년 ‘박세일과 박근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한나라당에서 한때 정책위의장과 대표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정치 행로를 비교한 글이지만, 주목적은 정수장학회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박근혜 의원을 비판하는 데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같은 주제의 글을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시곗바늘이 완전히 뒤로 돌아간 느낌이다.
며칠 전 벌어진 <부산일보> 사태는 박 의원과 정수장학회(정수재단) 문제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새삼 일깨워줬다. 이 신문사 편집국은 11월30일치에 “(박 의원은) 부산일보 지분을 100% 보유한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기사를 실을 예정이었다. 박 의원이 유력 대선 후보인 만큼 신문의 공정성을 위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를 완전히 분리하는 게 옳다는 뜻에서였다. 그러자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은 초강수로 맞섰다. 윤전기를 멈춰 세웠다. 김 사장에게 박 의원과 정수장학회는 신문 발행 중단을 무릅쓸 만큼 ‘성역’이었던 것이다.
박 의원도 단호하다. 6년 전처럼 귀를 틀어막았다. 부산일보 사태 뒤 그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산일보가 하는 일에 제가 관여를 한 적도 없고 지금도 하지 않죠. 정수장학회는 이미 사회에 환원된 공익재단이거든요. 저는 2005년 퇴임했어요. 이후 재단 경영에 일절 관여한 적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됩니다.” 물러난 것으로 다 끝난 일인데 왜 난리냐는 투다.
하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이사장직을 사퇴했어도 박 의원이 정수장학회의 ‘대주주’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후임인 최필립 이사장이 1979년 10·26 사태 당시 박 의원을 곁에서 보좌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어서만은 아니다. 박 의원의 지배력은, 국회 의결로 만들어진 과거사 기관들의 결정과 권고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버티도록 숨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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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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