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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7 19:20 수정 : 2012.02.08 14:50

오태규 논설위원

이번 회담은 닉슨-마오, 카터-덩의
만남만큼이나 국제 판도 및 한반도
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역사 속에서 세계지도를 바꾼 만남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만남 중 가장 인상적인 게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과의 회담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후 세계질서는 크게 요동쳤다.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하는 냉전구도가, 미·중이 이인삼각이 되어 소련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쪽으로 급변했다.

소련을 공동 적으로 한 양국의 전략관계 구축은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철수하는 국제적 배경이 됐고,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줬다. 남북이 7·4 공동성명이라는 일시적 화해 제스처 뒤 바로 각자도생 차원에서 유신독재와 김일성 유일체제로 치달은 것도 이 만남의 산물이다.

오늘날 ‘떠오르는 중국’의 토대를 마련한 덩샤오핑과 지미 카터 대통령의 79년 회담도 빼놓을 수 없다. 공산 중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최초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덩은 방문 기간 중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마차를 탄 채 군중을 만나고, 포드자동차 공장을 찾아갔다. 자본주의를 배우고 미국인의 환심을 사는 데 온 힘을 쓰는 것 같았다.

그러나 헨리 키신저가 쓴 <중국 이야기>를 보면, 덩이 귀국하자마자 단행한 거사는 경제개혁이 아니라 베트남 침공이었다. 미국과 협조 무드를 한껏 과시해 소련을 견제한 뒤, 친소 노선 아래 인도차이나 패권국을 꾀하던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응징한 것이다. 베트남을 앞세워 중국의 남부를 포위하려는 소련의 전략을 조기에 분쇄하는 게 목적이었다. 중국의 베트남 침공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괴뢰정부 수립을 낳았고, 장기적으로 소련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

10월부터 후진타오 중국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는 ‘5세대 지도자’ 시진핑 부주석이 14일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세계의 ‘2013 체제’를 이끌어 갈 두 지도자의 세기적 만남이랄 수 있다. 오바마의 경우 11월 대선이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는 하나 이미 재선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이번 회담도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로 활용될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우리 쪽의 시선은 의미보다 행사의 내용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가 한국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한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 탓인지, 27년 전 방문했던 오하이오 시골 마을을 다시 찾는다는 등의 인간적 면모가 유난히 부각되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국제정세나 시기로 보아 닉슨-마오, 카터-덩의 만남만큼이나 국제 판도 및 한반도 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역사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대 강국(G2)으로 불리는 두 나라가 어떤 관계 속에서 안보, 경제, 환경, 인권, 자원, 한반도, 중동 문제 등 세계 및 지역 현안의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세계의 전략지도는 크게 달라진다. 미국과 중국을 두루 고려하며 생존과 번영을 꾀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숨소리조차 놓쳐선 안 될 정도로 긴장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 모두 외부의 변화에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내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남쪽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새 권력 틀 짜기에 여념이 없고, 북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온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반도 2013 체제의 성패가 내부 역량에 못지않게 미·중 양국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물 안의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우물 밖도 꼼꼼히 챙기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안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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