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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3 19:06 수정 : 2013.05.23 19:06

백기철 논설위원

여야가 이달 초 국회에 헌법개정연구회를 두기로 합의하면서 개헌 문제가 물 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흐지부지될 조짐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사전협의 미비를 들어 딴죽을 걸더니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마뜩잖은 표정이다. 전임 원내대표의 합의사항을 두고 후임이 다소 이견이 있다고 하는 건 별로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뭔가 권력 핵심에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개헌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인데, 정치권의 오랜 난제다. 전임 대통령들은 개헌을 공약했지만 임기 초반 다른 과제에 허덕이다 실기하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에서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간 경험에 비춰볼 때 개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개헌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때처럼 무턱대고 뒤로 밀쳐놨다 벼락치기 하듯 해선 곤란하다. 추진 일정과 논의 순서, 논의 주체 등 로드맵이 분명히 짜여 있어야 한다. 개헌 일정은 논의를 마무리하는 시점을 정하고 역산하면 된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개헌이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른 뒤 하반기 정도에 개헌 논의의 가닥을 잡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합리적인 개헌 로드맵만 도출할 수 있다면 개헌은 반쯤 된 거나 마찬가지다.

둘째, 박 대통령이 너무 늦지 않게 개헌 논의를 위한 대체적인 원칙과 일정을 밝히는 게 순리다. 개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내팽개쳐둘 일은 아니다. 민생과 외교 현안이 급박하지만 중장기적인 국가 과제를 챙기는 것도 대통령의 일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겪었던 ‘개헌 딜레마’, 즉 임기 초에 개헌을 하자니 권력누수가 우려되고, 임기 후반에 해보니 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은 피해야 한다. 차라리 임기 내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못박는다면 모를까, 개헌을 하려거든 일찌감치 시작해 차분히 관리하는 게 낫다.

셋째,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민생이 절박한데 개헌이 꼭 시급한가 하는 시각도 있는 만큼 개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의 피폐화가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부분 제도 탓도 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시나브로 망가져 가는 와중에 정치도 5년 주기로 황폐화됐다.

넷째, 개헌 논의 과정에서 모든 세력의 대표성이 보장돼야 한다. 안철수 신당 세력이나 진보정당,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배제된다면 개헌 논의는 하나 마나다. 아직 대선 주자가 뚜렷하지 않아 개헌이 쉽다는 이야기도 정확하진 않다. 이미 여야엔 뚜렷한 잠재주자들이 많다.

다섯째, 권력구조 문제는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이 4년 대통령 중임제를 거론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에서 세를 얻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는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 제왕적 권한을 크게 축소한 4년 대통령 중임제에 바탕을 두되, 권위주의 시절 빼앗긴 국회의 각종 권능을 회복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현실적이다.

개헌 논의는 그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우리 정치의 실력을 가늠해볼 사안이다. 이제 우리 정치도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뒷북치고 벼락치기 하는 쏠림 정치를 그만둘 때도 됐다. 언론이 안 돌아보면 없던 일로 하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 맞장구치는 언론 추종 정치도 그만할 때다. 개헌이란 중대 이슈를 놓고 중장기적 안목에서 질서있게 토론하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내는 ‘정치의 힘’을 한번 보여달라.

백기철 논설위원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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