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우리 경제의 성취는 눈부시다. 변방의 작고 가난한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한국은행이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3년 13억달러이던 국내총생산은 2013년 1조3043억달러에 이르렀다. 실질가격으로 봐도 압축성장의 성적표가 도드라진다. 1954~2013년 국내총생산이 한해 평균 7.4% 늘어났다. 성장률이 7%면 10년마다 경제규모가 2배가 되는 점을 고려할 때 몸집이 어림잡아 70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13년 2만6204달러가 됐고, 올해에는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소득이 이만큼 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치면 국민 1인당 한해 소득이 3300만원이라는 말이다. 이 금액에는 기업소득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 개인소득은 이보다 낮다. 게다가 불평등 현상이 심해 대다수 사람들에게 3만달러는 ‘그림의 떡’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분석을 보자. 2010년 현재 개인소득자들의 평균소득이 2046만원인데, 1000만원 미만이 48.4%나 된다. 1000만원 미만 중에서는 3분의 2가 500만원도 못 벌었고, 100만원 미만도 적지 않다. 평균소득에 못 미치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이다.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한 김 교수의 이런 소득분포 추정 결과는 2013~14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저소득자에게는 3만달러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여기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한다는 추계를 더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알 수 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정부 통계도 큰 차이는 없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지니계수가 2013년 0.348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이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얘기 아닌가. <한겨레>의 전문가 대상 새해맞이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65.8%가 ‘빈부격차 심화’를 들었고, 다음이 ‘실업·고용불안정’(35.5%)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54.9%는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빈부격차 해소’라고 답했다. 불평등 또는 빈부격차 해소가 시급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본격 시행하고 적정한 임금인상 유도 등 생산성과 임금 간 연계 강화”,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추진 및 위반 시 제재강화 방안 도입” 등을 밝혔지만 무게가 실린 것 같지 않다.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게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
이경 논설위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