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 담화를 신호로 시작된 검찰의 전방위 사정수사는 참으로 독특하다. 무엇보다 매우 떠들썩하다. 과거 정권들도 정치적으로 곤란할 때나 국정 곳곳이 이완되기 시작하는 임기 3년차 즈음엔 국면 전환을 위한 대대적 사정에 나서곤 했다. 하지만 유별나게 ‘사정 시작!’을 선언하거나 대대적으로 광고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국가기강확립대책 실무협의회를 열어 사정 돌입의 신호탄을 올린 예가 있지만, 그때도 회의 주재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다. 이번처럼 국무총리가 중점 수사 분야를 열거하면서 사정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격한 말을 써가며 구체적인 사정 성과를 요구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받아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는 등 총출동한 풍경은 보기 드물다. 다들 보라는 듯 온 동네가 들썩이게 북 치고 나팔 부는 형국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번처럼 대놓고 떠든다면 과연 실속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드러난 수사 대상 가운데는 해묵은 사건이 꽤 많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은 지난해 회사 자체 감사로 드러난 뒤 경찰에서 수사해오던 사건이다. 신세계와 동부그룹 비자금 의혹도 지난해 언론에 보도되고 검찰이 이미 조사한 일이라고 한다. 자원외교 비리는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중이고, 방산 비리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합동수사단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터다. 기업 수사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작년에는 수사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사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검찰이 일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기업의 범죄 혐의를 ‘눈감아줬다’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게 없는데도 굳이 이제 와 먼지를 털겠다는 게 된다. 그렇게 정치적 필요에 맞춰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척결해야 할 비정상이다. 떠들썩한 이번 사정 역시 말대로 부패 척결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뒷말도 그래서 나온다. 갈수록 말을 안 듣는 기업·공직사회·여당 등을 다잡고,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 동력을 얻으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다. 수사의 주체인 검찰이나 대상인 기업 쪽이 모두 비슷하게 분석한다. 이 역시 이번 사정의 독특한 점이다. 정작 큰 문제는 이런 짐이 모두 검찰의 어깨에 걸려 있다는 데 있다. 이미 검찰의 칼 말고 다른 ‘수단’은 힘을 잃은 탓이겠다. 대통령이 나서서 재벌 총수들에게 평창겨울올림픽 투자를 당부하고, 실세라는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고용확대·임금인상에 협조해달라고 거듭 요청하는데도 재계는 못 들은 척한다. 기업을 유인할 정책수단도, 협조를 얻어낼 설득력도 없으니 남은 것은 검찰의 ‘채찍’뿐이다. 갈수록 거리를 두면서 독자 목소리를 내는 여당을 끌어당길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전임 정권을 겨냥한 수사로 정치권에 대한 경고와 압박이라는 부수효과를 노려야 하게 된 것도 정치력의 한계 때문이겠다. 그렇게 검찰에 난국 돌파의 큰 책임이 맡겨진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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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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