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세월호 이야기로부터 시작됐다.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는 실종자 가족들, 국가가 왜 존재하느냐는 반문, 정치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다짐,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마땅히 해야 할 말은 거의 다 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등만 없을 뿐이다. 통합과 치유를 말한 그의 연설로 세월호는 이제 해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도 오랜만에 세월호를 입에 올렸다. 대통령은 6일 “세월호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이란 ‘조건’과,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 수렴”이라는 ‘절차’가 치렁치렁 걸려 있다. 애초 정부의 입장이 딱 이 정도였다. 대통령은 정말 세월호 인양에 적극적일까. 아니, 과연 세월호 문제가 인양만으로 다 끝나는 것일까. ‘사람을 알고 싶다면 입이 아니라 발을 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을 말했다지만 손발 격인 해양수산부는 전혀 달랐다. 해수부는 8일 인양비용 1205억원을 포함해 세월호에 들어가는 돈이 모두 5548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국회 등에서 며칠 새 여러 차례 관련 비용을 밝혔는데 또 굳이 자료까지 내며 강조했다. 앞서 해수부 장관은 인양비용이 9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라고 말했고, 해수부에선 최소 2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입만 열면 돈 이야기다. 은근히 세월호 인양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날 보수를 참칭하는 단체 몇몇이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다며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있다. 국가 세금은 정작 몇 푼 안 들어가고 그나마 대부분 최소액 기준인데도 ‘유족들이 몇억원의 거액을 받게 된다’고 정부가 때맞춰 발표한 것도 유족과 국민의 거리를 멀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짓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비탄과 연민의 공동체를 깨려는 시도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피의자가 진상규명을 쥐락펴락하려는 꼴이라는 비판에도 정부는 아랑곳없이 시행령안을 고집한다. 달콤한 말 뒤로는 이런 야만들이 횡행하고 있다. 말대로가 아닌 게 이뿐이겠는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근근이 생활하는 어르신들, 독거노인 등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진짜) 복지”라고 말했다. 아이들 밥그릇을 뺏는다는 손가락질을 받자 표가 됨직한 노인들에게 손을 내미는 꼴이다. 그런 홍 지사가 2013년 폐쇄를 결정한 진주의료원은 병원비가 상대적으로 싸서 노인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의료원 폐업 이후 노인 복지는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만든 이가 다시 ‘노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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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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