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총재 하면서 1년간 가장 아프다고 할까 하는 것이 소통에 대한 비판입니다. 제가 총재로 취임하면서 소통을 제대로 하겠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 제가 오래전에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은 안 하겠다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도 좌회전 켜고 우회전 갔다고는 생각을 안 합니다. 신호를 좀 늦게 켰을지는 몰라도, 예를 들면 앞 시야가 잘 안 보여서 표지판을 늦게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월30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한은 총재로서 소통과 관련해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는 게 많이 걸렸던 모양이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은 결코 안 했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 말은 전임 김중수 총재 시절 그의 투박한 소통 방식을 두고 일부에서 야유조로 입에 올리던 비유다. 하지만 이 총재도 김 전 총재를 닮아가는 것일까? 이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냉소적인 질문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내수가 회복됐다고 하고는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이번에도 내수가 개선됐다는 표현이 추가 인하에 대한 신호가 될 수 있는지?”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당시 개선 표현을 쓰고 다음달 인하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식의 시그널은 안 보냈다”라고 부인하는 답변을 했지만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앞선 9월 기자간담회에서 “소비동향 통계를 모니터링해본 결과로도 심리가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식으로 신호가 미흡하거나 불투명했다는 지적은 3월과 작년 8월 인하 때도 나온 바 있다. 소통(커뮤니케이션)이 중앙은행에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소통이 원활해야 신뢰가 쌓이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경제가 오랫동안 부진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 뒤 정책 목표에 대한 ‘안내’를 확대하고 이를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널리 알리는 등 중앙은행들이 소통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통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연준도 예외가 아니어서 2013년 5~6월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를 내비쳤다가 혼이 났다. 신흥시장국들의 통화가치와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따위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빚어진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결국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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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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