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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09 18:45 수정 : 2015.07.09 18:45

“대통령께서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신 것은 통상적으로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이 실장은 4월1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나 깨나 나라 걱정만 하십니다. 이런 분은 처음 봅니다. 야당도 대통령의 이런 진심을 알아줬으면 합니다”라고도 했다.

이 실장의 이런 언급이 외교관 출신 특유의 입발림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상당 부분 진실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 오직 국민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앞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믿고 싶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에 관심이 많다. 6월 말부터는 24개 핵심 개혁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 부처 국장, 과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에게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듣고 하반기 추진 전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경제’란 말을 59차례나 들먹였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라며….

하지만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성장률은 취임 첫해 2.9%, 지난해 3.3%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 3.1%가 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세 해 모두 추가경정예산이나 재정 보강에 힘입었는데도 이 정도다. 3%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계속 못 미친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서 밝힌 ‘474비전’을 실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474비전은 임기 안에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국민들의 경제행복지수가 크게 낮아졌다는 며칠 전 한 발표는 이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7년 12월부터 반기별로 내고 있는 경제행복지수(100점 만점)가 올해 상반기 40.4점으로 2012년 하반기(40.4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망스런 결과다. 세계금융위기 여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가 한둘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이런 평가는 바뀌기 어렵다. 정책방향과 경제팀에 문제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대통령 선거 때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뒤 이를 뒷전으로 물린 것 등은 크게 유감이다. 박 대통령은 “저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고, 성장의 온기가 온 국민에게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당선인 시절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가 이런 말도 했다. “(여러분이 이끄는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희생과 국가 지원이 많았기 때문에 국민기업 성격도 큽니다 … 경영목표가 이윤 극대화에 머물면 안 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경 논설위원
박 대통령이 정말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폈으면 우리 경제의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고 실망감도 덜했을 것이다. 스스로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안 믿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께 한 약속은 정말 아주 정성들여서 지킨다. 그래서 그 말은 믿을 수 있다’고 할 때 굉장한 신뢰가 쌓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니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질책하며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게 씁쓸하게 오버랩된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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