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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3 18:33 수정 : 2015.08.13 18:33

통계청이 며칠 전 낸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사회의 변화’란 자료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선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485조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477억원)에 견줘 3만1132배로 커졌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조4104억달러로 세계 13위다. 실질 성장률은 한해 평균 7.3%에 이른다. 덩달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7달러에서 2만8180달러가 됐다. 기대수명은 81.8살로 1970년(61.9살)에 비해 19.9살 늘었다.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작은 나라가 한 세기도 안 돼 일군 성과들이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소비자물가가 1950년 대비 3635배 올랐고, 소득불평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빛이 그림자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성취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산업이 상당히 고도화한데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다른 선진국 경험에 비춰 봐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빨리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금 경제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성장률이 5분기째 0%대에 머물러 올해 정부 전망치인 3.1% 달성은 어려워졌다. 3%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세계 금융위기 여진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새 성장 동력에 대한 갈망이 크지만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재도약’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최근 20여일 새 몇 가지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2015년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을 풀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해법이 기대와는 딴판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힘이 크게 달린다. 정책을 만드느라 애쓴 공무원들로서는 서운하겠지만 ‘미봉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세법 개정안’을 보자. 정부는 기본방향을 “저성장 탈피와 청년 고용절벽 완화 등을 위해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면서 공평과세와 조세제도 합리화(를) 추진”이라고 제시했다.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하지만 걸맞은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민생안정’과 ‘공평과세’ 부분이 그렇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과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 방안 등이 있지만 목표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재정건전성을 높일 이렇다 할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재정건전성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강조해온 사안이다. 세수가 2012년부터 줄곧 모자라고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46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인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고령화 등으로 복지수요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다음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이다.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고 느는 속도가 소득을 앞질러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규제를 완화한 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급증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한도를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손질할 생각이 전혀 없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은 어떤가. 여러 가지 처방이 들어 있긴 하나 그다지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정부는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는데 절반 이상이 청년인턴 등으로 불안정한 것들이다. 이러니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경 논설위원
물론, 근본 해법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을 무시한 채 원칙만 앞세우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계속 땜질식으로 대응할 경우 내성을 키울 수 있어 걱정스럽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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