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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4 17:24 수정 : 2016.07.14 19:21

김이택
논설위원

칼럼은 “종북세력을 등에 업고 국가산업과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의도했다”며 노조 파업을 맹비난한다. 신문을 읽어내려가던 재벌 회장이 “이 빨갱이 새끼들” 하고 내뱉자 글 쓴 논설주간이 거든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집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나아무개 전 기획관이 공감을 표시했다는 <내부자들>의 바로 그 대목이다. 같은 공무원인데도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영웅적인 검사보다 내부자들처럼 1%가 되겠다니 애초 디엔에이가 다른 부류인 모양이다.

직업 탓인지 몰라도 내겐 감옥에 갇힌 논설주간의 마지막 말이 더 인상적이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에서 씹어댈 안줏거리…적당히 씹어대다 싫증나면 뱉어버리겠죠.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적당한 시점에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비자금이 폭로돼 위기에 몰린 그들처럼 ‘버티는 자’들과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놓고 빠져나가려는 자들은 현실세계에도 많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인간은 딱 굶어 뒈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게 해줘야 딴생각 안 한다”며 ‘노조=빨갱이’라는 경영철학을 가진 영화 속 미래자동차 오 회장이라면 아마도 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의 ‘종북 척결’ 활동에 기꺼이 돈을 건넸을 것이다. 실제 5억원 이상 댄 것으로 알려진 전경련은 “곧 해명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벌써 3개월이 다 되도록 버티고 있다. 이제 ‘어버이’는 술자리 안줏거리도 안 되니 역시 주류언론 논설주간의 예지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예우해준 ‘현관’을 파헤쳐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던 홍만표·최유정 사건을 보자. 전관예우야말로 예우 자금 준비가 가능한 1%만을 위해 존재해온 악습, 나머지 99%는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죄를 지어도 ‘행위’만 불법이 되는 정치경제사범과 ‘인간’ 자체가 범죄인이 되는 일반사범(신영복 <담론>) 사이의 신분차별도 사실 전관예우가 키운 것, 바로 그래서 법조계의 고질병이다.

그런데 검찰이 홍 변호사 구속 6일 만에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수사에 인력을 총동원하는 와중에 ‘현관’ 처벌 없이 단순 변호사법 사건으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임기 후반 기강잡기용 사정이란 설명만으론 뭔가 미흡하다. ‘게이트’감은 제쳐놓고 진경준 사건에 특임검사를 임명한 걸 보면, 그래도 판검사들 퇴임 뒤 밥그릇은 남겨놔야 한다는 ‘불멸의 신성가족’ 의리가 결국 대기업을 ‘다른 안줏거리’로 삼은 건 아닐까.

영화에서 정의감과 출세욕 사이를 오가는 검사에게 인사를 미끼로 정치인 표적수사를 부추기는 건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현실에서도 빠질 수 없는 핵심 내부자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방송 개입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이 뒤늦게 나선 어버이 게이트에선 배후의 청와대 행정관이 초점이다. 인사 카드를 쥔 현실의 민정수석은 과연 가만히 있을까. 내부자들은 씹다 싫증난 오징어 다리처럼 대중들이 곧 이 사건들도 뱉어내길 기다릴 것이다.

총선 뒤 몇달 새 안줏거리, 기삿거리가 쉴새없이 쏟아진다. 사드도 우리 정부가 강력 반대했다면 이렇게 갑작스레 발표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터, 의심스럽다.

의식은 여전히 ‘신분제’ 사회에 머무는 내부자들의 1% 동맹, 그 담합 구조를 알면서도 자기 생존권, 인권과도 무관할 수 없는 문제를 한낱 술안줏거리로 씹고 넘겨버리는 이들이야말로 그들에겐 정말 고마운 개돼지가 아닐까. 그들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끈질기게 기억하고 따지고 밝혀서 스스로 인간임을 입증할 수밖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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