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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0 17:12 수정 : 2017.06.20 19:04

여현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선수 변호사를 끝내 들이려 하지 않았다. 14일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양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두 자리에 천거한 6명 가운데는 진작부터 유력한 후보였던 순수 재야 출신 김 변호사가 없었다. ‘관행’대로라면 대법원장이 내놓은 명단이 그대로 추천될 판이었다. 추천위원인 김현 대한변협 회장이 김 변호사도 들어가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학계 출신 추천위원들도 거들었다. 결국 8명으로 늘어난 명단에는 비법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김 변호사가 포함됐다.

제청권자인 양 대법원장의 뜻은 강했다. 제청에 앞서 임명권자인 청와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김 변호사를 꼭 제청해야 한다면 대법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공개적인 문제제기도 불사하겠다는 말이겠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청와대는 도리 없이 ‘절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과 사퇴 발표가 있었던 지난 16일의 그 어수선한 몇 시간 사이에 대법원은 제청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 결과가 꼭 잘못은 아니겠다. 법원행정처나 ‘서울대·남성·현직 고위법관’ 출신이 아닌 조재연·박정화 두 후보자가 개혁의 성과를 내는 데는 완급 조절 차원에서 나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저항’ 때문에 ‘절충’했다면 문제가 다르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법원 개혁의 핵심이다.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2008)는 ‘비법관 출신으로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대표적인 ‘미완의 과제’로 꼽았다. 그런 개혁과제가 임기 초부터 ‘저항’에 좌절된 것이다. 안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서도 “검찰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주시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나왔다. 있음 직한 일이다. ‘저항’은 어쩌면 당연하다. “모든 개혁은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고 설득을 얻는 데서 출발한다”(2012년 안철수 대선후보)거나, “반칙을 없애는 일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따르게 마련”(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라고 다들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개혁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집단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불만과 저항을 압도할 도도한 흐름이 없다면 개혁이 실패한다는 것 역시 당연하다. 중국 북송시대 왕안석의 실패가 그랬다. 왕안석의 신법은 의외의 부작용으로 농민·상인의 부담을 키워 민심의 지지라는 큰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기득권 세력을 일시 몰아냈지만 신법당을 튼튼하게 꾸리지 못해 결국 뒤집혔다.

‘압도할 무엇’이 제도개혁과 인적청산 어느 하나로만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조광조의 개혁은 훈구파를 몰아내는 ‘환부 도려내기’와 신진 사류를 등용하는 ‘현량과’가 함께했다. 고려시대 왕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광종은 노비안검법으로 호족들의 군사·경제 기반을 허물고 과거제 실시로 특권적 정계 진출을 막는 제도개혁에 이어, 임기 중반 이후에는 호족 세력에 대한 대대적 인적청산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품기에는 아직 문재인 정부의 힘이 부친다. 제도개혁을 추진하기엔 독자 입법이 가능한 의석에 크게 모자라고, 개혁세력으로 교체하려 해도 문지방을 넘기까지 버틸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 마당에 원칙까지 버린다면 되돌릴 길이 없다. 지금의 원칙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개혁을 이끌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겠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다시 찾는 게 당연하다. 변호사나 교수 그리고 법관이라고 어디 마땅한 사람이 없겠는가.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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