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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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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페친소 : 나의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
정윤철 감독 ▶ 조양익(www.facebook.com/choyangick)씨
트위터나 에스엔에스(SNS) 등에 별 관심 없던 내가 페이스북을 하게 된 것은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나서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영화가 얼마나 재밌던지 당장 가입했다. 본격적으로 글과 사진을 올리고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만들게 된 것은 작년 여름부터였다. 트위터의 빠른 전파력에, 블로그의 내용성을 딱 섞어 놓은 듯한 페이스북은 무작위적인 정보를 쏟아내는 어느 포털 게시판보다 내게 더 맞는다. 비슷한 성향의 페친이 세계 각지에서 꿀벌처럼 스스로 물어다 준 정보들은 좀더 선별되어 있고 매력적이어서 그걸 공짜로 들여다보는 나를 마치 국정원장 같은, 정보의 중심에 있는 대단한 존재로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페북을 한 뒤 포털 뉴스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다. 인터넷이란 익명의 바다를 떠돌던 지친 사람들이 각자의 항구에 정착해 마을을 만든 느낌이랄까?
그날그날의 생각과 사건을 올려놓은 이 개인 데이터베이스는 나의 삶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일기장을 닮았다. 게다가 전부 공개된다! 인간은 누구나 남을 훔쳐보고 싶고, 또 나를 드러내 자랑하거나 위안받고 싶어한다.
첫회이기에 서두가 길었다. 오늘 내가 소개할 페친은 조양익(www.facebook.com/choyangick)씨다. 난 이분을 작년 여름 페이스북에서 첨 만났고, 여태 얼굴을 본 적도 없으며 뭐 하는 분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 사람의 페이스북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날의 이슈나 상황과 관련된 그림을 어떻게든 신기하게 찾아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을 맞아선 귀스타브 쿠르베의 극사실적 그림 <돌 깨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부처님오신날엔 오딜롱 르동의 <꽃 속을 걷고 있는 부처>라는 희귀한 그림을 접할 수 있었다. 익히 아는 유명 화가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숨겨진 그림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조양익 씨는 나의 개인 미술교사나 다름없다. 어쩌다 보니 공짜로 그런 좋은 벗을 둔 셈이다.
정윤철 감독
‘나의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뜻의 새 칼럼 페친소가 격주로 실립니다. 다음 회에는 정윤철 감독이 소개한 조양익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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