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31 19:44
수정 : 2013.08.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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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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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페친소 : 나의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성규 ▶ 이광수(www.facebook.com/TJkwangsulee)
“방랑에 병들어,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내 방랑의 장소는 대부분 인도와 네팔이었다. 바라나시 화장터 어딘가에서 갠지스를 바라보며 삶과 죽음을 사유했다. 히말라야의 사막, 무스탕 어딘가에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저 너머의 삶을 그리곤 했다. 그 방랑길엔 항상 스승이 있었다. 라다크리슈난, 크리슈나무르티, 후지와라 신야, 그리고 이광수 교수가 내게 스승들이었다. 라다크리슈난과 크리슈나무르티가 종교적 경외심을 가르쳐준 스승이라면, 후지와라 신야는 여행을 통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줬고, 이광수 교수는 학문으로서의 살아있는 인도를 가르쳐준 스승이다.
이광수 교수와의 인연은 인도인 학자, 람 샤란 샤르마로부터 시작됐다. 인도 중북부 비하르 지방의 주도 파트나 외곽에서였다. 그해가 1999년이다. 당시 이승준 감독과 나는 인도의 카스트 갈등으로 인한 학살의 비극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었다. 인도 고대사의 노학자, 람 샤란 샤르마 교수와 인터뷰가 진행중이었는데, 노교수는 우리에게 책 한 권을 보여줬다. 자신이 쓴 <인도 고대사>의 한국판이었다. 번역자는 노교수의 애제자 이광수 교수였다. 이후 이광수 교수의 저작물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인도는 무엇으로 사는가> <카스트: 지속과 변화> <암소와 갠지스>.
그는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세상 안에서 공동체를 꿈꾸는 인도 학자인 그가 세상 밖에서 공동체를 꿈꾼 이상주의자에 관해 책을 쓴 것이다. <슬픈 붓다>란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은, 내가 읽고 또 읽는 애독서가 됐다. 친구라 하지만 그는 나의 스승이다. 마른 벌판을 헤맬 뻔한 방랑의 꿈은 그의 책을 통해 건강해진다.
이성규 영화 <오래된 인력거> <시바, 인생을 던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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