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14 19:39
수정 : 2014.05.15 10:16
[매거진 esc] 페친소 : 나의 페이스북 친구를 소개합니다
백승권 ▶ 이광이 (www.facebook.com/yiyi2222)
말과 글을 던지는 방법은 세가지. 야구로 치면 직구, 체인지업, 변화구. 직구는 상대방의 눈과 귀에 곧바로 꽂혀버린다. 체인지업은 ‘아’라고 들었는데 갑자기 ‘어’가 된다. 변화구는 휘돌아서 상대방의 눈과 귀에 시나브로 내려앉는다.
그는 말이든 글이든 언제나 변화구다. 그것도 아주 느린 커브. 눈앞의 꽃 한송이를 말할 때에도 먼 산 이야기부터 꺼낸다. 한참 에두르고 딴전을 피운 것 같은데 신기하게 그 꽃이 어느새 내 눈앞에 피었다. 느린 커브의 휘어진 호(弧)는 낚시와 같아서 그의 말이나 글을 만난 사람은 영락없이 낚인다. 기분 좋게 기꺼이 낚여 말벗이 되고 술벗이 된다.
그의 모친 최봉희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엄마라는 말>을 펴냈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들아,/ 떨어져 살아도 이것 하나는 알고 있거라/ 어미는 왼 종일 해거름 따라/ 비틀거리는 니 그림자를 보며/ 비틀거림시로 니 따라 댕긴다는 것을!’ 느린 커브의 유래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직구 하나로 뻑뻑하게 인생을 사는 나는 그의 느린 커브가 부럽다. 훔칠 수 없을까?
실용글쓰기연구소 대표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