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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5 18:41 수정 : 2013.09.26 13:43

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커피집에 앉아 외계인 침공과 지구 종말을 어떻게 견디고 살아남을지 쓰고 있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요란하다. 웬 시커먼 사내들 빙 둘러앉아 메이플시럽허니브레드 쪼개며 떠든다. 동네 체육관 트레이너들, 덩치들이 빵 하나에 우르르 달려든 꼴이 참 귀엽다. 근데 대화 내용은 전혀 귀엽지 않네. “레그프레스, 허리를 앞으로 둥글게 말고 밀면 동작이 커져서 효과적이더라구. 그대로 카프레이즈 이어서 하면 좋고.” “데드리프트도 허리 구부렸다가 쭉 펴면 자극 강하더라구요.” 벌떡 일어나 “아닙니다!” 외치고 싶지만 꾹 참고.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다. 제아무리 궁극의 도구 절륜의 명기를 가졌다 한들 자기 몸 부실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일반인 대상으로 몸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생활체육 지도자라면 마땅히 몸의 전문가여야 한다. 그러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책임하 일정한 기관의 연수 및 자격 검정의 대상인 것이고. 그런데도 저런 위험한 몰상식을 단지 효과 운운하며 설파하다니, 이거 한가롭게 지구 종말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은가, 생존은 이렇듯 동네 체육관에서도 절실한데.

‘레그프레스’는 의자에 앉아 다리 힘으로 중량을 밀어 올리는 운동이다. 뛰기 달리기 차기 들기 밀기 일어서기 등 중요한 동작을 이루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발달한다. 역기 짊어진 채 앉았다 섰다 반복하는,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운동인 ‘스쾃’을 훌륭히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완전히 같진 않다. 아니라면 “닥치고 스쾃!” 전설적 격언이 왜 있겠어. 그런데 혹자는 레그프레스를 가장 위험한 운동이라며 경계하기도 한다. 유연성 한계 이상으로 움직이기 십상인 자세 때문. 엉덩이가 의자로부터 떨어질 정도로 허리를 과하게 구부렸다 펴는 짓은 문답무용, 무조건 금물이다. 뒤꿈치 들었다 놨다 하는 종아리 운동 ‘카프레이즈’ 연결 또한 마찬가지, 몸의 부담 최소로 줄이기 위해 발바닥을 발판 상단에 두는 게 레그프레스의 정석인데 그대로 뒤꿈치를 든다? 쥐 나기 딱 좋다. 어마어마한 무게에 깔린 채! 그러니 꼭 이어서 해야겠다면 일단 멈추고 발 위치 바꿔야 한다. 바닥에 둔 바벨을 들고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데드리프트’는 필요악이라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전신운동인 동시에 매우 위험한 극단적 운동이다. 폭풍 휘몰아치는 태평양 한복판 어지러이 흔들리는 배 위에 버티고 서서 200㎏ 넘는 참치를 갑판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굉장한 각오로 무장해야 한다. 여러 금기 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허리를 앞으로든 뒤로든 구부리지 않는 것, 까딱하다간 척추뼈 추간판 튄다.

바야흐로 체육의 시대, 남녀노소 누구나 운동에 몰두한다. 온갖 옳고 그른 이론과 속설도 전에 없이 무성하다. 과학적 합리적 근거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짓은 미신, 일언이폐지하야 서바이벌이란 미신의 감별이다. 체육의 미신은 어떻게 감별하는가? 여러 설 중에서 가장 소심해 보이는 것을 고르라. 대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소심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단련하라. 악과 깡은 피와 뼈로부터 나오지만 강력한 정신은 근육으로부터 나온다. 그럼 만악의 근원이라는 체지방의 가치는? 운동의 부작용인 지나친 자기애의 늪에 빠지지 않게 돕는 매우 중요한 역할, 소중히 간직하길.

박지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zeensai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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