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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06 19:55 수정 : 2013.11.07 09:53

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지난 전쟁 되짚어 보면 떠오르는 건 아군이 이기고 있으니 안심하라 거짓말하고 혼자 살겠다 달아난 대통령과 예고 없이 폭파해 800명이 폭사하거나 물에 빠져 죽은 한강철교와 보따리 이고 지고 업고 끌고 “남으로 가자” 정처 없이 걷는 피난 행렬. 문득 궁금한 건, 피난은 밀집화력전 그리고 기동전격전 시대에도 적절한 대피 방법일까, 아니 가능하기나 할까?

전쟁 벌어지면 공항과 항만은 즉각 폐쇄된다. 외국인은 각국 대사관의 탈출 계획에 따라 서울공항에 모여 자국기를 탄다. 경고처럼 들리는 공갈도 날아든다. “서울 곧 불바다 되니까 외국인은 어서 탈출하라!” 그런데 외국인의 존재는 확전 막는 귀중한 인질, 미사일이든 포든 뭐든 막 쏘는 짓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니 서울공항 바로 옆에다 초고층 건물 짓는 건 어쩌면 인질 발 묶어 방패로 삼기 위한 고도의 군사작전일지도. 하늘과 바다 막혔다면, 땅은? 일상적 치안 유지 불가능해 계엄령 선포되고 국민 권리와 자유가 전면 부인된다. 동원령에 따라 지정된 자동차는 군이 사용하는데, 동원 대상은 무작위지만 트럭이나 에스유브이 등 다목적 차량이 선정될 확률이 높다. 동원되지 않은 차도 모두 운행 제한, 사실상 금지된다. 타고 다니다 걸리면 전황 수준에 따라 처벌이 결정되는데 무탈히 풀려난다더라도 군이 언제든 쓸 수 있게 열쇠 꽂아 둔 채 자리를 떠야 한다. 그럼에도 자동차 탈출 노리는 사람 무지 많을 거라 곳곳의 교통 요지는 완전 아수라장 마비될 것이고, 지지리도 말 안 듣는 민간인 통제에 지칠 대로 지친 군경의 태도는 점점 더 흉포해질 게 뻔하니 웬만하면 피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그럼 차는 포기하고, 걸어서?

요즘 사람들은 짐이 너무 많다. 1950년 사람들처럼 쌀과 냄비 그리고 이불만 챙겨 먼 길 떠날 수 없다. 이것도 필수품 저것도 머스트해브, 몽땅 다 꼭 필요해! 재난 발생시 충분한 시간 여유 있었음에도 탈출에 실패한 몇몇 요인 중 하나, 물건에 대한 집착. 분초 다투는 위기 순간에 읽다 만 소설, 별 뜻 없는 사진 액자, 좋아하는 캐릭터 그려진 컵, 반쯤 먹다 남긴 샌드위치가 든 쇼핑백 챙기다가 때를 놓친다. “아니 그딴 걸 왜?” 싶지만, 재난-자아는 평시-자아와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므로 예측 불가, 단순히 물욕이라 치부할 수 없는 기묘한 심리가 이상행동을 일으킨다. 그만큼 우리 마음 바탕이 늘 쓸쓸하다는 뜻. 그러니 평소에 욕심 포기 훈련 통해 엄선한 물건으로 채운 탈출 배낭 미리 꾸려 두지 않았다면 피난은, 포기하시오. 뭐든 자질구레 잔뜩 쌓을 수 있는 집에 숨는 게 낫다. 나를 노리고 문 부수고 들이닥치는 적군의 상상은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공포전략의 성공일 뿐, 실체가 없다. 각자 정략적 필요에 따라 마치 선악 다투는 도덕 문제인 척하지만 모든 군사적 전쟁은 기존 경제적 전쟁의 변태니, 전쟁은 오직 경제학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비용편익 따져 최적안 결정하고 수확한계 기준해 병력 투입하는 것이 곧 작전. 즉, 군이 노릴 만한 것이 없는 장소는 경제학적으로 무가치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민가 약탈은 대개 시가전 후반에 벌어지는데, 초반 기동전의 관건인 비축유가 고작 사흘치라는 설도 있으니 전장은 곧 딴 데로 이동해 숨어 지내는 기간 그리 길지 않을 터라,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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