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20 20:38
수정 : 2013.11.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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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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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겨울이다. 춥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금방 지친다. 좀 쉴까? 활동 멈추면 땀 식어 체온 급격히 떨어지니 오들오들 더 춥고 면역력 급속히 낮아져 감기 걸리기 십상. 관절을 이루는 인대와 근육이 추위에 위축되니 가동범위 좁아져 여름에 움직이듯 겨울에 움직이면 다친다.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 가동범위 넓히고 운동을 시작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우두둑우두둑 소리 내며 몸 이리저리 비트는 격한 운동이라는 오해 흔하지만 스트레칭은 매우 정적인 동작, 통증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계까지 뻗은 뒤 그대로 잠깐 자세 유지하는 식으로 조심조심. 그리고 준비운동으로 몸 데운다. 추운 날씨엔 체온 잘 오르지 않아 민첩성과 유연성 등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귀찮다고 준비운동 빼먹으면 부상 입기 쉽다.
겨울나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관리, 체온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옷. 너무 두껍게 입으면 체온 상승해 땀이 나고 땀 식으면 저체온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얇게 입으면 몸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균형 무너지고. 운동에 따른 체온 변화와 땀의 양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좋다. 면은 따뜻하고 땀을 잘 흡수하지만 잘 마르지 않아 활동 멈췄을 때 체온 급격히 떨어지니 활동량 많은 날 내의는 면보다는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 특히 속건성 소재가 좋다. 그 위에 보온성과 건조성 뛰어난 셔츠를 덧입는데, 통풍 조절 용이한 지퍼 달린 옷이 이래저래 편리하다. 내의와 마찬가지, 셔츠도 면 소재는 피하는 게 좋고 촉감 다소 거칠긴 하나 젖어도 체온 유지되는 성질인 모직이 낫다. 겉에는 방풍성 보온성 재킷을 입는다. 가능한 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옷. 누가 뒷동산 약수터 오르는 주제에 에베레스트 등반대처럼 차려입는다고 빈정거리더라도 흥! 가볍게 무시, 어마어마한 에베레스트 등반 장비를 못 봐서 하는 말일 뿐. 아웃도어 붐 덕분에 값이 아주 황당하지만 잘 찾아보면 거품 걷혀 싼 제품도 많다. 주의할 점은 관리, 특수 기능성 소재는 애초에 수명이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세탁기에 넣어 빨면 금세 망가진다. 소재 굳고 깨져 가루 날리면 아깝지만 버려야. 그리고 모자와 목도리, 체열의 8할이 머리와 목을 통해 빠져나갈뿐더러 목의 혈관 수축되면 뇌에 혈액 공급 제대로 되지 않아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머리는 비교적 자율조절능력 좋은 편이지만 목은 그렇지도 않으니 목도리야말로 겨울나기 필수 아이템. 어떻게 감느냐에 따라 모자로도 쓸 수 있고.
스트레칭도 준비운동도 마쳤고 옷도 제대로 차려입었으니 자, 이제 나갈까? 혈관계 질환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뇌출혈, 심근경색의 위험.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겨울 활동은 그나마 기온 높은 오후에 하는 게 좋고, 갑자기 힘쓰는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사부작사부작 천천히 움직이고, 웬만하면 실내 운동이 낫다. 만성질환자 아니더라도 겨울에는 운동 강도를 평소의 70% 정도로 낮춰야 한다. 겨울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15% 에너지가 더 소비되기 때문. 그럼 나머지 15%는? 위기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삼아 비축. 인간은 옷이나 기타 등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열대에서밖에 살 수 없는 열대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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