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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5 19:48 수정 : 2014.03.06 09:58

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담배는 만병의 근원! 금연광고 볼 때마다 배후에 자동차회사와 석유회사가 몰래 뒷돈 대고 있겠거니 의심하곤 한다. 발암물질 금메달 어떻게든 남에게 떠넘겨야 홀가분하게 팔고 또 팔고 자꾸 팔기 편할 테니까. 요즘 유행어 ‘미세먼지’도 마찬가지. 물론 위험하다. 사망 통계도 실로 참혹하고. 하지만 앞에다 꼭 ‘중국발’ 붙이는 버릇은 아무래도 수상해. 매연은 이번에도 슬쩍 뒤로 빠져 “쟤가 범인이에요!” 외치며 달아날 작정인가. 좀더 음흉하고 노련한 타이어 분진은 역시나 흔적도 없이 잘도 숨었고.

먼지는 작을수록 위험하다. 특히 PM2.5 초미세먼지는 인간 생태 진화에 있어 새로운 적. 그냥 먼지는 호흡기 점막과 섬모로 걸러 분비물 형성 및 배출, 즉 가래침 캭 퉤! 뱉어 처리할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검문소 무시하고 허파 깊숙이 쑤욱 들어가 폐포 벽에 달라붙어 그대로 흡수된다. 최악의 발암물질, 죽음의 먼지. 게다가 중력 영향도 덜 받으니 멀리 그리고 오래 날아다닌다.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뜹뚜르르 뚜와, 무시무시하다. 나들이에 앞서 날씨보다 ‘미세먼지 농도’ 확인이 더 절실한 시절.(실은 집 안팎 별 차이 없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날이면 날마다 주의보 아니면 경보. 그리고 황사와 미세먼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다른가? 어제는 황사였지만 오늘은 미세먼지입니다, 딱 잘라 말할 수 있나? 미세먼지가 황사와 다른 위험은 분포가 아니라 성분, 둘은 한데 섞여 있으니 나눌 수 없고 현장의 유해물질 비율을 따져야 한다. 황사와 더불어 중국에서 날아드는 미세먼지는 그곳 발전소와 공장 공해 탓에 황산염 비율이 높다. 하지만 서울의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질산염 비율이 높다. 그 말인즉슨 맨날 중국발 중국발 요란하지만 실은 이곳 자동차가 가장 큰 오염 요인이라는 뜻. 차가 많다. 너무 많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지. 자동차산업은 세계 속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 또 하나의 가족이라 적당히 집적거려야 뒤탈이 없다. 대신에 늘 요긴하고 편리한 인접국 간의 혐오, “대륙의 소리 없는 살인자!” 외치면 그만. 자동차 공해야 뭐, 까짓 그냥 삼켜야지. 조개가 살을 파고드는 모래알의 아픔으로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듯, 매연과 분진도 우리 몸에 파고들어 찬란한 애국심을 잉태하겠지? 차라리 믿어 의심치 말자구.

중국도 요즘 애쓴다. 당연하다. 여기서도 이리 괴로운데 거긴 어떻겠나. 하지만 문제 해결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까마득한 일. 우리도 노력하자. 자동차 매연 규제, 운행 제한, 고연비 소형차 권장 등 제도 정비와 대중교통 이용 계몽, 나아가 덜 더러운 대체 에너지 연구 개발. 지금은 어휴 진짜 더러워서 못 살겠다. 정말 괴롭다. 만약 이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 이야기라면 어떨까. 안드로메다 어느 별 우르카타나툼 제국의 흥망성쇠사라면. 그래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다면 “무슨 이런 한심한 자들이 다 있어? 그리 막사니까 당연히 멸망하지!” 비웃지 않을까. 궁극의 서바이벌은 자기 별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다.

박지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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