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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8 19:08 수정 : 2014.07.17 17:08

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다음 생에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은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따뜻한 인정’에 이어 ‘뚜렷한 사계절’이 33%로 2위를 차지한 걸 보고 한숨 쉬었다. 이토록 순진무구한 애국자들을 상대로 못된 사기나 쳐서 먹고사는 정치꾼들의 죄 결코 씻을 수 없으리. 한국은 이제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의 나라가 아니다. 봄과 가을은 사라졌고, 지구온난화와 식생천이로 한국의 상징 소나무 숲도 20년 전에 비해 4할 넘게 사라졌다. 혹자들은 구할 수 있는 가장 북쪽 땅에 소나무를 심기도 하지만 남방 한계선이 이대로 계속 북상한다면 소나무 값 폭등은 통일 후 백두산 일대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마는 점점 길어지고 철마다 폭염, 가뭄, 한파 등 비정상 날씨가 계속된다. 기현상에 당황한 기상청은 전세계 기후예측 모델의 장단점을 분석해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멀티모델앙상블’ 모델을 개발했으니 이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이름만큼 아름다운 결과가 나오면 참 좋겠어요.

요 며칠 철 이른 열대야에다 폭염으로 푹푹 찌더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폭격하듯 씨알 굵은 비를 퍼붓다가 뚝 끊긴다. 암만 봐도 아열대성 스콜인데 기상청은 스콜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면의 뜨거운 공기가 강한 일사로 인해 빠르게 상승하다가 상층 찬 공기와 만나 오후 짧은 시간 동안 강한 바람과 비를 뿌리다 마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아니, 그게 스콜이잖아! 급기야 경기도 고양시에선 토네이도가 발생해 비닐하우스 21동이 무너지고 경운기를 번쩍 들어 땅에 메다꽂는 등 불과 10분 만에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토네이도 강도를 정의하는 ‘후지타 스케일’은 토네이도를 ‘EF0~EF5’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고양시의 경우 풍속 40m/s로 EF1 등급에 해당한다. 목조 주택 일부가 파손되고 임시 구조물이 심각한 구조 손상을 받는 수준. 재난영화 ‘일산 트위스터’ 시나리오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토네이도 그러면 아주 먼 나라 도로시의 은구두 이야기 같지만, 1964년 서울 뚝섬 토네이도는 사람을 200m 날려 보냈고, 1980년 경남 사천에서는 황소를 20m나 공중에 띄웠다. 아마 과장이 좀 섞였겠지만 어쨌든 기록은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비책은, 없다. 고작 “엎드리라”고만 한다. EF1 등급 토네이도가 덮치는데 엎드려? 곰을 만나면 죽은 척하라는 말과 같다.(곰은 죽은 고기를 즐겨 먹는 동물입니다.) 토네이도를 만나면 그 이동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달아나야 한다. 해당 등급 이동속도가 시속 40~70㎞에 이르니 같은 쪽으로 달아나면 절대 피할 수 없다. 대피소가 있으면 거기로 달아나고, 건물 가장 낮은 층으로 피한다. 다리 밑은 좋지 않다. 양옆이 뚫린 공간이라 바람이 거세져 날아갈 위험이 크다. 최악은 파편, 날아다니는 간판이나 깨진 유리창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민감지역에 속한다. 지구온난화 주장이 사실이라면(사실이다!) 가장 먼저 그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의 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1.7℃ 높아졌다. 지구 전체 평균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처음 겪는 날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거 아주 무시무시한 말이다. 작년에 겪어 본 날씨라면 올해는 그나마 참을 만할 텐데 올해는 또 처음 겪는 날씨를 상대하게 될 거라는 뜻이니.

박지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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