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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3 18:50 수정 : 2014.07.24 10:06

일러스트레이션 박지훈

[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먹는 방송, 소위 ‘먹방’이 유행이다. 평소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 않는 까닭은 그 내용이 어째 좀 한심해서뿐만이 아니라 한심함을 초월한 사회적 파급 효과가 끔찍하기 때문인데, 먹방이 딱 그러하다. 이런 거 따지고 들면 개그를 다큐로 받지 말라며 짜증 내더라만 이것만큼은 기필코 따져야겠다. 먹방은 위험하고 방송은 먹방의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 공영이든 민영이든 매체 형태가 어떠하든 모든 방송은 공공재 성질을 띤다. 그럼 굳이 옳고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치며 선생질하려 들진 않더라도 최소한 위험한 짓을 부추기진 말아야지. 세상에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음식으로 장난질이냐. 훈계는 않더라도 그렇게 뭐든 함부로 막 먹으면 위험하다는 경고쯤은 해야 한다.

도대체 왜 먹방이 유행인가? 날씬함 강박증에 매몰된 곳에서 과식은 거의 범죄 취급이라 맘껏 먹고 싶은데도 못 먹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이런 거라도 보며 대리만족하라는 건가? 혹자는 1인 가정이 늘어난 요즘 사람들이 외롭고 쓸쓸해서 그렇단다. 맙소사, 외롭고 쓸쓸하면 친구를 찾아 대화를 하든지 외국어나 악기 또는 체스를 배워야지 왜 남의 나쁜 식습관을 구경하나,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들이. 연예인 먹방뿐 아니라 일반인(이란 말 참 희한하지만 다들 그리 말하니, 일반인)들까지 온통 먹방. 3천개가 넘는 인터넷 방송 먹방 채널을 수십만명이 시청하는 기이한 사회현상을 신기하게 여긴 외국 언론들은 먹방을 소개하며 주로 젊은 여성이 등장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한다는 뜻으로 ‘음식 포르노’라 했다. 좀 민망하지만 꽤 적절한 이름이다.

유명인의 노골적 식탐 관찰을 통해 나와의 인간적 동질감을 확인함으로써 친밀도를 높이는 일종의 스타 메커니즘인 먹방과 폭식 전문가들의 경쟁이 중심이다 보니 아무래도 거리감 있는 ‘먹기 대회’는 서로 성질이 다르긴 하나 비정상적 섭식 행위의 위험은 얼추 비슷하다. 개중 가장 아찔한 사고는 기도폐쇄 질식. 며칠 전 미국에서 열린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도중에 한 참가자가 질식해 쓰러졌다. 구조요원이 응급조치를 시도했으나 결국 현장에서 사망했다. 삶의 뜻까지 되짚게 만드는 참으로 비참한 죽음. 하지만 일상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사고다. 음식물을 삼키면 목울대를 덮는 후두개가 기도를 막아 식도를 통해 위로 내려보내는데 이게 어쩌다 제 기능을 못해 기도로 넘어가면 질식, 호흡 곤란이나 쇼크로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상파 방송 오락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떤 유명 성우가 떡 먹기 게임 중에 질식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때 취할 응급조치가 하임리히 구명법이다. 환자를 등 뒤에서 안고 주먹을 쥔 손 엄지손가락을 갈비뼈와 배꼽 사이에 대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감싸 몸 쪽으로 강하게 당기며 위로 밀어올려 기도를 막은 이물질을 토하게 해 제거한다. 10살 미만 어린아이라면 뼈가 약해 자칫 부러질 수도 있으니 얼굴이 아래로 향하게 무릎 위에 눕히고 갈비뼈 중간을 압박한다. 글로 읽어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나 <사랑의 블랙홀>을 보라. 영화다 보니 동작 과장이 심해 그대로 따라했다간 척추나 두개골 골절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실시 장면을 볼 수 있다.

박지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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