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소설 <4화>
6
여사는 ‘서’가 비교적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평가는 대부분의 군인 아내들이 갖는 공통점일 거라고 생각했다.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의 아내들은 자신을 포함해 대체로 미인이니까.
사실 ‘서’는 누가 보아도 특별한 미인이었다. 여사 역시 계란형 얼굴에 몸매도 자기보다 더 호리호리하고, 그러면서도 이성을 자극할 만한 부위는 한껏 돌출된 전형적인 미인이란 생각까지 지울 순 없었다.
이쯤 되면 여사는 내색하진 않아도 은근한 사심, 좀 더 저속하게 표현해 질투심에 사로잡힐 만도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자신에게 공손한 ‘서’의 이목구비를 찬찬히 뜯어보자니 여사는 한 가지 점에서 안심했다고 해야 하나, 우월감 같은 것에 사로잡혔는데 그건 바로 ‘서’의 하관(下官) 때문이었다.
여사가 이해하는 현숙한 여편네로서의 얼굴 생김새란 자고로 하관이 두툼하고 넉넉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포근함을 전달하는 생김새여야 했다. 여사는 자신의 생김새가 감히 현숙한 여편네, 그중에서도 군인 아내로서 필요한 최고 덕목을 구현해내고 있음을 자신의 삶을 통해 인정받았다고 믿었다. 반면 ‘서’는 매사 조용하고 상대, 특히 손윗사람이 하는 말에 지나칠 정도로 반듯한 추임새를 넣어주는 예의 바름으로 무장했지만, 여사가 보기엔 지나치게 갸름한 턱 선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여사는 앞으로 그이의 오른팔이 되어 수족 노릇을 하게 될 직속 부하의 아내로서 지아비를 모셔야 할 덕목, 다시 말해 군인 아내가 지켜야 할 엄수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한 가지 항목에 대한 언질에 있어선 다소 기운을 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항목은 여사가 가장 공을 들여 말해오던 항목이었는데 말이다.
군인 월급이 박봉인 건 알고 있느냐. 하지만 자고로 군인이란 아랫사람에게 절대 신임을 얻고 상명하복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품위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의 경제적 내조는 필수에 가깝다는 것이 여사가 들려준 이른바 재정관리 항목이었다.
여사는 돈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다른 군인 아내들과 비교했을 때 재산 증식만큼은 자신을 따라올 이가 없을 거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사는 ‘서’를 측은하게 바라보기까지 했다. 돈 관리, 재산 증식의 영민함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며, 타고난 재운을 품고 있어야 가능한 법인데, 그러한 재운은 여사와 같이 복스럽고 두툼한 하관, 쉽게 말해 주걱턱 관상에서 발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런 측면에서 본 ‘서’의 가냘픈 턱 선은 재운을 부르는 관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어 보였다.
그렇다고 ‘서’가 아예 맘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서’의 평소 다소곳한 태도가 그이의 직속 부하인 ‘군’에 대한 일부종사로 발전할 것이 기대되었기에 여사는 ‘서’가 대단히는 아니어도 제법 맘에 들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