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소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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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되도록 여사는 줄곧 ‘서’와 찹쌀떡을 빚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사와 ‘서’, 둘은 찹쌀을 물에 불리고 반죽에 찹쌀가루를 입힌 다음 오븐에 넣어 적당한 완성 타이밍을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했다. 찹쌀떡이란 메뉴가 다른 요리와 비교해도 그 세심함이나 과정의 미학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았기에 여사는 이렇게 자신이 가르쳐야 할 이들이 찾아올 때면 찹쌀떡 빚는 법을 가르치곤 했다.
‘서’는 결코 여사에게 먼저 묻는 법이 없었다. ‘서’가 극존칭을 앞세워 앞으로 자신이 직속으로 모셔야 할 남편 상사의 아내, 여사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여사의 눈에 훤히 보였다. 여사는 그런 ‘서’의 노력이 싫지 않았다.
‘서’는 찹쌀떡을 만들 때 결코 혼자 판단하거나 자신의 지식을 앞세우지 않고 오직 여사가 이끌어가는 과정에만 오롯이 주목했다. 여사는 자신의 조리법이 속된 말로 엽기 찹쌀떡을 잉태한다 하더라도 그 또한 순순히 호응하는 ‘서’의 태도가 싫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여사는 이런 의구심도 품었더랬다. 아직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손윗사람을 관리한다면 조금만 더 세월이 흐르면 그땐 어떻게 변할지, 나중엔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우 중의 여우, 불여우로 둔갑하는 건 아닐지 염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사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스스로 질책했다.
모든 건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이 집안을 이렇게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그이가 오직 바깥일, 국가를 위한 중대사 처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여사 자신의 냉철한 판단력과 현숙한 여편네로서 지켜내야 할 덕목에 대해선 언제나 초심을 유지하는 결혼 초기의 다짐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믿음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새삼 떠오르자 여사는 거실 소파에 앉아 ‘서’와 함께 모과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엔 ‘서’를 한결 더 부드럽게 대할 수 있었다. 그런 여사의 달라진 모습을 자신에게 품었던 마뜩잖음을 해소한 결과로 이해한 ‘서’ 역시 여사의 가르침에 한층 더 격정적으로 귀 기울이고, 여사의 어처구니없는 유머에도 까르륵까르륵 박장대소하며 맞장구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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