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1.07 10:07 수정 : 2013.11.11 10:34

안보윤 소설 <4화>



경훈이 형은, 싫죠, 씨발, 그 개새끼 진짜. 싫은 건 당빠고…… 무서워요. 또 맞을까 봐. 예전에 등에 구멍 뚫릴 때까지 밟힌 적도 있어요. 오토바이 쌔비는데 망보라 그래서 싫다고 했더니 스파이크로 졸라 밟잖아요. 스파이크화요, 그거 왜 육상 애들 신는 거 있잖아요. 신발 바닥에 나사못 같은 게 팍팍 튀어나와 있는 건데, 몰라요 아저씨? 경훈 형 뭐 쌔빌 때마다 그거 신어요, 급하면 얼굴 까고 튄다고요. 그날은, 신어놓고 자기도 까먹었는지 막 밟다가 내 등짝에서 피 줄줄 나니까 개놀란 눈치더라고요. 다음부터 나는 일절 안 건드렸는데 그럼 뭐해요, 등짝에 꺼먼 구멍만 일곱 개는 뚫렸는데 씨발. 언젠가 나도 그 새끼 등짝에 똑같이 북두칠성 찍어줄 거예요. 개양아치 주제에 맘 잡았다고 깝치는 거 보면 진짜 웃기지도 않아요. ……동네 뜬 지 한참 됐다니까요, 무슨 기술학교 들어가서 자격증 공부한다고. 이 동네 오면 애들하고 어울려서 또 사고 치니까 아예 안 들어오는 거래요.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요, 동네 애들도 우리 할머니도. 철든 거라고 하는데 철은 개뿔, 딴 동네 가서 걔들 후리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 형네 엄마만 신 나서 떠들고 다녀요. 똑같이 구정물 먹고 커도 씨암탉 되는 놈 들개 밥 되는 놈 따로 있다고.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요.

……아저씨, 지금 몇 시예요? 10시엔 자야 되는데. 우리 반에서 내 키가 제일 작거든요. 여긴 왜 창문도 없어요? 답답해요. 머리 아프고 목마르고…… 물이라도 주심 안 돼요? 아저씨 먹던 거 그거 한 모금만 줘도 되는데, 진짜 입만 댔다 뗄게요. 아저씬 퇴근 안 해요? 일단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네, 뭐 다 얘기하면 집에 보내주겠단 거잖아요. 그럼 빨리, 빨리 얘기할래요. 근데 무슨 얘기를?

정미주? 그게 누군데요?

아, 미주 누나. 당연히 알죠. 우리 옆 동 사는데요. 301동 2층이요. 호수는 모르겠고 엘리베이터 내려서 왼쪽 두 번째 집인가 그래요. 동네 애들끼린 어디 사는지 대충 다 알아요. 미주 누나는 왜 물어봐요? 누나랑요? 음, 평범한데. 놀이터나 슈퍼 앞에서 만나면 얘기는 하는데 같이 놀러 다니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누나는 학교도 안 다니니까 거의 집에 있고요. 길에서 마주치면 형들이 가끔 농담도 걸고 장난도 치고. 누나가 잘 받아주거든요. 소문? 무슨 소문요? 미주 누나에 대한 소문은 뭐…… 뭐가 있었지? 아, 그 누나 애기 때 열이 되게 오르는 바람에 바보가 됐대요. 완전 바보까진 아닌데 머리 되게 나쁘거든요. 나눗셈도 아직 못 하고. 머리가 너무 뜨거우면 뇌가 익어버린다고, 그래서 형들이 삶은 뇌, 라고 놀리는 걸 들은 적 있어요. 그거 말고는…… 누나네 갓난쟁이 애기 있거든요. 열여섯 살인가 차이 나는 동생인데, 그게 동생이 아니라 누나 딸이라는 소문도 있어요. 하루는 누나가 애기를 업고 나왔는데, 애기 머리에다 자기 브라자를 모자처럼 씌워서 나왔더래요 히힛. 근데 그건 형들이 지어낸 얘기라던데. 누나 놀리려고. 다른 거요? 뭘 말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거 말고 다른 소문은 들은 적 없는데. 대부분 거짓말이고요. 찾아가요? 누나네 집에…… 누가요? 뭘 다 알고 있다는…… 누나네 집을 내가 왜 찾아간단 거예요?




한겨레출판 문학웹진한판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안보윤의 <소년 7의 고백>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