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소설 <5화>
그런 적 없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가 어디 사는지 아파트 사람들 다 안다니까요. 몇 동 몇 호에 누가 사는지, 그 집에 누가 어떻게 아픈지 다들 알아요. 그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이상해요? 왜요? 우린 다 아는데, 나는 아는데요. 우리 오른쪽 옆집에는, 그러니까 704호에는 할아버지 혼자 살아요. 701호엔 되게 쪼그맣고 허리 굽은 할머니 혼자 사는데 주말마다 아들 식구가 찾아오고요. 702호엔 유치원 다니는 남자애 키우는 부부가 사는데 되게 어려요. 고등학교 때 애기 가져서 결혼한 거래요. 703호엔 할머니랑 내가 살고요, 803호 종수 형은 경훈 형이랑 중학교 동창이고, 경훈 형은 301동 12층 살아요. 이게 왜 이상하단 거예요?
나쁜 짓…… 한 거 없는데요. 없어요. 거짓말 아…… 아니에요. 미주 누나한테는 그냥, 장난은 좀 쳤는데, 아, 아파요. 아저씨 왜 자꾸 머리 때려요, 아 진짜.
……알아요. 아니요. 가고 싶어요. 네, 솔직히…… 솔직하게 말만 하면…… 아 씨, 진짜 미치겠네. 솔직히, 형들이랑 같이 장난친 적은 있어요. 딱 한 번요.
미주 누나가요, 가슴이 진짜 크거든요. 거짓말 안 치고 이따만 해요. 원래 뚱뚱하기도 하고. 가슴 한쪽이 누나 동생 머리통만 해서 형들이 그걸로 자주 놀렸어요.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게 담배예요. 형들 말로는 초등학생 때부터 피웠대요. 형들이 운동장 한 바퀴 뛸 때마다 담배 한 개비씩 준다고 말하면 그 누나, 졸라 열심히 뛰어요. 온몸이 다 출렁거려서 그렇지 되게 빨리 뛰는데, 저번엔 일곱 바퀴도 뛴 적 있어요. 가슴이 막 이쪽저쪽으로 흔들리니까 그거 구경한다고 형들이 계속 뛰게 시키는 거예요. 저도 옆에 있었는데, 같이 놀리고 막, 그랬어요. 이제 진짜 안 그럴게요. 그것만이냐면…… 그것만인데. 속인 거 없어요. 아 진짜 왜 자꾸 때려요. 아 왜, 아프, 아 진짜, 씨, 개기는 게 아니라 아픈데 그럼 어떡해요, 우리 하, 할머니 불러줘요. 왜 없어요, 밖에서 우리 할머니 목소리 들렸는데. 그럼 전화 걸어줘요. 집에 보내주던가! 졸려 뒤지겠는데 잠도 못 자게 하고 할머니도 못 보게 하고 계속 여기 가둬놓고 씨발, 이것도 풀어줘요, 풀어준대 놓고 왜 의자에다 묶어놔요. 이제 손가락에 감각도 없는데, 내가 살인범도 아니고, 계속 이상한 것만 물어보고, 물도 안 주고 때리고 씨발, 또 때리고 또 또 때리고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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