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소설 <6화>
2010-08-18-02:37:58
……박성재요. 수원중학교 1학년 7반 26번, 친한 친구는 김기열…… 고승호, 주교창이요. 기열이는 졸라 착한 새끼고요, 아니, 아주, 착한 친구예요. 교창이는 어려요. 아저씨 이거 또 말해야 돼요? 벌써 세 번짼데 진짜…… 졸려요, 눈도 따갑고…… 미치겠네, 무슨 얘기를 자꾸 하라고, 아 씹, 아프다니까 자꾸, 아아, 아프다고요.
2010-08-18-04:11:37
……박성재입니다. 수원중학교 1학년 7반 26번…… 미주 누나, 알아요. 집도 알아요. 찾아가본 적은 없지만, 아, 아니, 가본 적 있을지도 몰라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부르러 간 적 있어요. 네? 왜 불렀느냐면…… 운동장 뛰라고? 운동장 뛰라고 불렀어요. 가슴 보려고요.
2010-08-18-05:03:22
가슴, 만진 적 있어요. 미주 누나 가슴이요.
김 사장 아저씨가, 그 아저씨는 저기, 부동산 하는 아저씬데 동네에서 제일 부자라서 김 사장이라고 불러요. 나는, 아니, 저는 사실, 봤거든요, 김 사장 아저씨가 미주 누나 가슴 만지는 거. 부동산 불러다 놓고 담배 주면서 막 이렇게 만졌어요. 그러고 나서는 누나가, 형들한테 담배 한 개 주면 한 번 만지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형들은 무시하고 갔는데 저는 봤으니까…… 김 사장 아저씨가 진짜로 누나 만지는 걸 봤으니까…… 누나한테 담배 있다고 거짓말했어요. 누나 잘 속거든요. 일단 만지고 도망갔는데 누나가 진짜 빨라서, 잡히자마자 머리 엄청 맞고 종아리 까이고. 누나가 너는 김 사장 아저씨랑 똑같은 놈이라고, 고물상 할아버지랑 박 뭔가, 뭐 그런 사람들 줄줄이 대면서 그 사람들이랑 똑같다고 욕했어요.
……진짜 그게 다예요. 이젠 진짜 다 말했어요. 미주 누나 가슴 만진 거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집에 좀 보내주세요, 네?
왜요? 저 왜 집에 못 가요? 감옥요? 저 감옥 가요? 그때 진짜 딱 한 번 그랬어요. 제대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이쯤에서 물컹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뭐든 솔직하게 말하면 집에 보내준다고. 그래서 말한 건데 이러는 게 어딨어요. 성폭행……? 많이 들어는 봤는데 뭔 뜻인지 잘 몰라요. 근데 그거, 되게 나쁜 짓인 건 아는데. 막 무기징역 받고 사형당하고 그런 거잖아요. 전자발찌 차고 평생 살아야 된다 그러던데…… 진짜요? 제가 한 게 성폭행이에요? 누나 가슴 만진 게요? 저 진짜, 진짜 잠깐, 아니 막 엄청 그런 것도 아니고 장난이었는데…… 아, 어떻게…… 그럼 전 어떻게 해요, 감옥 가서 평생…… 할머니가 그런 놈들은 인간쓰레기라고…… 전 몰랐어요. 진짜 몰랐어요. 궁금해서, 할머니 가슴이랑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이렇게 커다랗고 푹신푹신해 보이니까 기분 좋을 것 같아서 그랬던 거뿐이에요. 형들도 가끔 그러니까 해도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절대 다신, 다신 안 그럴게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아저씨, 아니, 형사님, 제발요.
장애인이라서…… 만만하고 우스워서 그랬……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형들이 막 미주 누나 바보라고 하는데, 누나 웃기고 말도 되게 잘하는데, 담배 좋아하고 그냥 그런 건데, 그런 게 장애인은 아니잖아요. 장애인은 저기 뭐지 그게, 다리 없어서 못 걷고 소리 못 듣고 그러는 게 장애인이잖아요. 승호네 아줌마처럼 휠체어 타고 다니면 장애인인 거 알겠는데 누나 같은 사람이 왜 장애인이에요? 누나는 그냥. 좀 모자라긴 한데 그게 막 병신 같은 건 아니고 장난치면 되게 재밌는 정돈데. 반응이 재밌으니까 그런 거지 장애인이라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로요. 누나가 장애인인 줄도 몰랐는데…… 성폭행이 그런 건지도 몰랐고 저는, 아니, 발뺌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전 어떻게 해요?
……형사님 말 잘 들을게요. 대답도 잘할게요. 그럼 진짜 봐주실 거예요? 진짜, 진짜 집에 보내주실 거예요? 뭐든 시키는 대로 잘할게요. 잘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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