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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2 10:06 수정 : 2013.11.15 10:12

안보윤 소설 <7화>



2010-08-18-05:31:48

7월 19일이면…… 무슨 요일이에요? 화요일…… 에는 학교에 있었을 거예요. 학교 끝나고 뭘 했느냐면, 음, 잘 기억 안 나는데 중요한 거예요? 아마 축구 했을 거예요. 비 안 오는 날엔 우리 아파트 사는 애들이랑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하다 오거든요. 학원 안 가는 애들이 우리밖에 없어서요. 경훈이 형이요? 당연히 없었죠. 교창이도 없었어요. 걔는 초등학생이라 우리보다 더 일찍 끝나요. 그 시간이면 벌써 집에 가 있었을걸요. 누구누구 있었느냐면, 사실은 축구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했다면요.

네, 저는, 저는 7월 19일 학교가 끝난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김기열, 고승호, 주교창을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이었고. 근데 그날 교창이 없었어요. 걔 다니는 학교랑 우리 학교가 가깝긴 한데, 초딩이 우리 운동장에 들어와서 놀진 않아요. 잘 생각해봐도 없었어요. 진짜, 진짜 잘 생각해봤다니까요. 교창인 없었어요. 경훈이 형도 당연히 없었죠. 네? 아, 그렇긴 한데…… 그건 아닌데…… 우리 동넨 축구 할 데 없거든요. 주차장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널려 있어서 못 하고요. 아파트 앞은 다 내리막길이라 공 못 차요. 다른 데서 축구 해본 적도 없어요. 아, 예전에 세차장 밀고 빌라 지을 때, 싹 밀린 공터에서 몇 번 차본 적은 있어요. 아뇨, 작년인데요. 거기 지금은 빌라 다 지었어요. 사람도 살고요. 7월이면 벌써 공사 끝났을 땐데. 상관없어요? 그럼, 네, 뭐. 저는 7월 19일 학교가 끝난 뒤 동네 공터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김기열, 고승호, 주교창…… 잘 생각해보니까 교창이도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 다섯 명이서 축구를 했어요. 그때 기열이가 장난으로 미주 누나 가슴 만져본 사람 손들어, 그랬고요. 가슴이 아니에요? 엉덩이? 그런 적 없는데. 섹스요? 몰라요, 아 씨, 쪽팔려. 그런 거 말해본 적도 없어요. 기열이가 얼마나 내성적인데요. 승호요? 걔가 좀 얍삽하긴 해도 그런 말 막 하는 애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기열이보단 승호가 더 어울리긴 하지만요. 음…… 본 적은 있어요. 성인잡지요. 다른 반 애가 가져온 건데 승호가 빌려와서…… 네, 승호가요. 그건 그냥 가져온 애랑 승호가 친구라…… 승호는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우리 중에서 여자애들 제일 많이 만나본 것도 승호고요. 네, 승호가 그랬어요. 그런데요 형사님, 이렇게만 말하면 집에 보내주는 거 맞죠? 아무 일도 없는 거 맞는 거죠? 약속하셨잖아요. 저 말고 다른 애들도, 아무 일 없는 거 확실하죠? 그래도 기열이나 승호한테 얘기하심 안 돼요.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절대로요. 네, 그럼 말할게요. 7월 19일 공터에서 축구 하는 중에 고승호가 미주 누나랑 섹스 해본 사람 손들어, 라고 말했어요. 네? 해볼? 할? 알았어요. 고승호가, 미주 누나랑 섹스 할 사람 손들어, 라고 말했습니다.

승호가 담배를 샀고, 승호가 자기 용돈으로 담배를 샀고, 승호가 자기 용돈으로 담배 두 갑을 사서 미주 누나네 집에 가자고 했어요. 301동 2층, 엘리베이터 내려서 왼쪽으로 두 번째 집이요. 미주 누나한테 담배 갖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말했더니 누나가 나왔어요. 우리 다섯 명은 303동 옥상으로…… 그런데 303동 옥상에 올라가 본 적이 없는데요. 아파트 옥상 전부 다 잠겨 있어요. 몇 년 전까진 열려 있었다는데, 형들이 옥상에서 술 마시고 막 소주병을 던졌대요. 그다음부터는 맨날 잠겨 있어서 아무도 못 들어가요. 자물쇠도 완전 주먹만큼 크고요. 네? 열었다고…… 누가요? 형들이…… 빈집털이도 했으니까 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 형들이, 네, 형들이 열어놨어요. 형들이 자물쇠를 열어놓은 걸 알고 303동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CCTV…… 그게 어쨌는데요? 우리가 안 찍혔…… 아저, 아니, 형사님, 거기 안 찍혔다는 건 안 갔다는 거잖아요? 안 갔으니까 엘리베이터 CCTV에 우리가 안 찍힌 거잖아요. 그럼 괜찮은 거 아니에요? 아, 아뇨, 할게요, 말해요, 그러니까 뭐라고…… 네. 우리는 CC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계단을 통해 303동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미주 누나는 중간쯤에, 아니, 맨 뒤에서 따라왔어요. 승호가 앞장서고 기열이가 그 뒤에. 다른 애들은 그냥 말 안 하고 쫓아왔어요. 옥상으로 올라간 뒤엔 제가 담요를. 담요? 무슨 담요요? 그냥 바닥에서 하면 무릎이 아프다니, 왜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 아파요. 네, 담요가 있었어요. 어디서 났느냐면…… 모르겠는데…… 누가 가져왔나. 주워왔나 봐요. 아, 교창이. 평소에 자잘한 심부름은 교창이가 해요. 제일 어리잖아요. 그럼 담요도, 네, 주교창이 1층에 널려 있는 빨래 중에서 담요를 훔쳐왔습니다. 제가 그 담요를 받아서 옥상 바닥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미주 누나를 눕히고, 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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