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소설 <9화>
경훈이 형이 미주 누나를 성폭행, 했습니다. 다른 애들요? 다른 애들은 뭐 그냥…… 팔을 잡고 있었나. 다리, 를 잡고 있었어요. 저는, 저는 옆에서, 망을 봤습니다. 솔직히, 저기, 미주 누나 가슴도 만졌, 어요. 형 다음에는 고승호와 김기열이 미주 누나를 성폭…… 형사님, 걔넨 안 했어요. 경훈이 형이 다 시킨 거잖아요, 근데 걔네가 왜 그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네. 곰곰이 생각…… 도둑질…… 솔직히 말해서 도둑질 해본 적 있어요. 문방구에서요. 애들이랑 축구 끝나고 문방구에 갔는데 주인아저씨가 완전 바쁜 거예요. 단체 준비물이 있었는지 애들이 뭘 주문하면 아저씨 혼자 문방구 안쪽에 달린 쪽방에서 그걸 꺼내왔어요. 아저씨가 바쁠 때 볼펜을, 몇 개 훔쳤어요. 하이테크는 볼펜 하나에 삼천 원씩 하거든요. 그거 훔쳐다 애들한테 천 원에 팔았어요. 그게, 다른 애들이 다 하니까 저도 한 번. 진짜 반성하고 있어요. 다시는 안 할 거예요. 네, 곰곰이 생각, 그때 하이테크를 훔친 건, 다른 애들이 다 해서였어요. 다른 애들이 도둑질을 하니까 저도 덩달아. 제가 도둑놈에 진짜 나쁜 새끼여서가 아니라 다들 하니까 호기심에요. 네, 형사님 말대로요. 그럼 다시, 303동으로 가서요. 경훈이 형이 미주 누나를 그랬어요. 다른 애들이 그걸 봤죠. 형이 하니까 다른 애들도 덩달아…… 네, 그렇다고 걔네가 진짜 나쁜 새끼라는 게 아니라, 하이테크 훔칠 때랑 똑같이……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죠. 바로 앞에서 형이 그러는 걸 봤죠. 제가 미주 누나 가슴 만졌던 것도 김 사장 아저씨가 그러는 걸 봐서였거든요. 그럼 형이 그러는 걸 보고 다른 애들도…… 궁금했을 거예요.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니까 덩달아서 미주 누나를, 눕히고.
……형사님, 진짜 힘든데요. 그만하면 안 돼요? 토할 것 같아요. 머리도 너무 아프고…… 조금만 더 하면요? 아직도 말할 게 있는 거예요? 아…… 아뇨, 가기 싫어요. 감옥 말고 집에 가고 싶어요. 네. 차분하게, 잘 기억하면 집에 갈 수 있어요, 저는. 아저씨 근데요, 아니, 형사님. 저요, 근데 저 진짜 안 잊어먹을 거예요. 형사님이 이 방에서 뭐 했는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절대로 안 잊어먹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흐으, 내가 밖에 나가게 되면 꼭 다 폭로할 거예요. 이거 다 밝혀낼 거니까. 형사님도 똑같이 당하게 해줄 거니까 두고 봐요. 협박하는 게 아니라 진짜, 결심이에요.
……영장? 체포영장…… 그거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진짜로요? 미주 누나가 제가 그랬, 다고 말했어요? 왜요? 제 사진을, 골랐다고…… 제가 누나 가슴 만진 건 진짜 장난인데…… 내가 왜 그랬지, 이 미친 새끼 진짜, 네, 인생…… 똑바로 살아야죠. 경훈이 형처럼 전과 생기면 학교도 못 다니고, 경찰한테도 계속 잡히고, 제대로 살 수가 없어요. 저 사실은 알아요. 경훈이 형이요, 자격증 따서 취직해서 부모님 모시고 똑바로 살겠다고 했어요. 저도 들었어요. 근데 그럼요, 애들 막 실컷 패고 졸라 밟은 다음에 혼자 맘 잡았다 그럼 끝나는 거예요? 그건 처맞은 새끼들만 졸라 억울한 일이잖아요. 근데 그렇게 나쁜 새끼는 토끼고 저는요, 저는 누나 가슴 진짜 딱 한 번, 딱 한 번 만져본 건데요, 저는 감옥 가고요. 영장 나왔다면서요. 그럼 저는 감옥 가서 평생, 평생 전자발찌 차고, 저만…… 저 혼자만요…… 억울해요. 억울해 미치겠어요.
……그렇게 하면 진짜, 경훈이 형만 감옥에 가는 거예요? 우린 자수한 거니까, 반성한 거니까 혼만 나고 경훈이 형은 전과자니까 감옥에…… 정말이죠? 형사님 믿어도 되는 거죠? 그럼 괜찮아요. 그 형도 당해봐야죠.
7월 19일 저는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이랑 축구를 했어요. 승호가 미주 누나랑 섹스 할 사람 손들어, 라고 말했고 우린 다 같이 미주 누나네 집에 갔어요. 승호가 용돈으로 담배 두 갑을 샀고, 경훈이 형이 303동 옥상 자물쇠를 미리 따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담배 줄게, 라고 했더니 미주 누나가 따라왔어요. 우리는 CCTV에 안 찍히려고 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교창이가 훔쳐온 담요를 받아 바닥에 깔았어요. 우리는 미주 누나를, 성폭행했어요. 그건 다, 경훈이 형이 시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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