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소설 <10화>
2010-08-18-09:27:41
이젠 냄새도 안 나요. 옷도 방도, 아무 냄새도 안 나요. 문 열리니까 환하네요, 사흘은 갇혀 있던 기분인데 열두 시간밖에 안 지났다니……. 악몽 같아요. 아저씨 얼굴도 괴물 같고. ……몰라요, 이제 집에 가서 잘래요. ……왜요? 다 외웠느냐니…… 여태까지 얘기한 거요? 다 기억나요. 외웠어요. 그러니까 빨리 보내줘요.
뭘 또 말해요? ……방을 왜 옮겨요? 조사2실…… 카메라? 뭘 시작해요, 무슨 소리예요 지금. 진짜 미치겠네. 아저, 아니, 형사님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요. 조서를 쓴다고요? 지금까지 그거 한 거 아니었어요? 밤새 다 했는데 왜 또 뭘…… 녹화? 녹화하면서 조서를 써야 한다니 뭐하러요? 외운 걸 잘 얘기하기만 하면 집에…… 왜 계속 구라만 쳐요, 아까부터, 어제부터 계속 보내준다고 했잖아요, 계속, 계속 그랬잖아요. 됐어요, 집에 갈 거예요. 보내줘요. 문 잠그지 마요, 집에 갈 거라니까! 이름 이름 이름 씨발! 이름만 벌써 열 번도 더 말했잖아, 박성재라고! 열네 살 수원중학교 1학년 7반 26번 씨이발! 이거 풀어, 개새끼야, 집에 갈 거야, 갈 거라고!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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