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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0 18:05 수정 : 2006.06.09 16:00

곽정수 정책금융팀장

“따르릉!” “한겨레죠?”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시죠.” “삼성전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거 아닙니까?” “네?!, 아~,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누구한테 있다는 것은 잘 아시잖습니까.” “아, 그래도 외국인 지분이 50% 넘는 것은 맞죠?” “그렇다고 경영권이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수천명의 외국인 주주를 하나로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자의 설명은 이어졌지만, 이미 독자의 머리에는 “한국 우량기업들이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됐다”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2003년 소버린의 공격과 2004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 논란 때에 이어 ‘외국자본 악마론’과 ‘적대적 인수합병 폐해론’의 광풍이 휩쓸고 있다. 발단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케이티앤지 공격이다.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 “소버린, 아이칸, 다음엔?” …. 보수언론은 연일 외국자본과 적대적 인수합병을 공격한다. 신이 난 건 전경련이다.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맞설 수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가 미흡하다”는 ‘십팔번’을 열심히 부른다. 보수언론들은 다시 이를 받아 정부를 몰아붙인다.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정부는 불구경” …. 하지만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방어 조처는 필요없다고 콧방귀를 꼈다. 헷갈리는 것은 국민들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옳은 것인지?

경제 교과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본다. 또 나라 경제나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경영자 감시를 통해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순기능 때문이다. 그 원리는 수천, 수만마리의 미꾸라지를 키우는 양어장에 메기 몇마리를 넣어주는 것과 같다. 미꾸라지들이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도망치다 보면 적당한 운동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일등품이 나온다. 물론 몇 마리의 미꾸라지는 먹힌다. 하지만 그것이 아까워 메기를 죽이면 전체 미꾸라지의 상품성은 떨어진다. 재벌의 부실경영으로 외환위기를 겪은 뒤 정부가 과도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완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순기능이 제대로 나타나려면 공격자와 방어자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메기가 너무 적으면 미꾸라지가 운동을 안하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잡혀먹는 미꾸라지가 많아 손해를 본다. 우리는 어떤 상태인가? 국내 상장·등록기업은 1600곳을 넘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9년 동안 외국자본의 공격사례는 에스케이와 케이티앤지 두 번뿐이다. 이것을 두고 메기가 너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또 전문가들은 현행법에도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상이 이런데도 평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적’처럼 강조해 온 보수언론과 전경련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부정하는 ‘반시장적’ 주장을 공공연하게 편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일어나지 않는 경제는 사회주의다. 외국자본 악마론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짓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금융자본은 아직 미약하지만 곧 힘을 길러 세계 시장에서 뛰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외 현지에서 ‘한국 금융자본=투기자본=악마’론을 편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외국자본을 선악이라는 관점보다는 한국 경제의 메기로 활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곽정수 정책금융팀장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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