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10 16:49 수정 : 2006.12.10 16:49

여현호 국내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아침에 출근해보면 ‘오늘의 피디에프(PDF) 독자 모니터링 결과’가 책상에 올려져있다. <한겨레>를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에서 피디에프 파일로 받아보는 모니터 요원들이 그날의 <한겨레> 기사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꼼꼼히 읽었는지 집계한 자료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가 싸움이 갈수록 험해지는 요즘, 이 자료를 유심히 봤다. 통합신당 논의를 둘러싼 여권 안 갈등을 다룬 기사가 많이 실렸지만, 보는 이들이 의외로 적다. 열독률이 대부분 10∼20%다. 10명 가운데 한두명만 읽는다는 얘기다. 11월21일치 ‘이명박 왜 지지? 능력·경제 때문’이라는 기사의 열독률이 71%인 것과 대비된다.

왜 그럴까? 새로운 정치구도로 지지층 붕괴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여당의 안간힘이나, 그런 시도가 지역당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동을 거는 노 대통령 쪽의 주장은 나름대로 모두 절박하다. 각기 ‘정치적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독자들에게 이들의 주장은 이미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무관심은 미움보다 심각하다. 옛 지지층 가운데선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이라는 말만 나와도 아예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열린우리당에서 옮겨온 이들이다. 지난달 <한겨레>가 한 ‘표적집단심층좌담’(FGD)에서 나온 결과다. 역시 지난달 말에 나온 한 여론조사에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5분의 1 수준인 8%대까지 떨어졌다.

이쯤 되면 멈춰서서 잘못된 게 없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당사자인 여당이나 청와대는 여전히 ‘내전’ 중이다. 열린우리당 안에선 “정계개편이 가시화하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정계개편 논의는 ‘정치구도’와 관련된 것이다. ‘민주개혁세력 통합’이라는 주장은 호남을 비롯한 전통적인 지지기반의 복원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노 대통령 쪽의 ‘지역당 반대론’ 역시, 영남의 지지를 일부라도 얻지 못한다면 선거 승리나 정치 개혁이 어렵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1987년 이후의 대선을 정치구도로 풀이하면 ‘갈라진 쪽’이 지고 ‘캐스팅보트’를 끌어들인 쪽이 이긴 게 사실이다. 87년 양김 후보단일화 실패, 97년 디제이피 연합과 이인제 후보 출마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게 충분조건은 아니다. 97년 대선에서 지역 간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이 없었다면 디제이피 연합이 이길 수 있었을까.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도 각각 ‘낡은 정치를 바꾸자’는 대중들의 열정과 ‘탄핵 역풍’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마음이 떠난 사람들이 깃발만 든다고 모일 리는 만무하다.

대선을 1년 앞둔 요즘, 사람들을 관통하는 압도적 화두는 아직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맹아는 감지된다. 노무현 정권이 경제를, 또는 집값을, 또는 교육을 망쳤다는 원망이다. 정부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이런 정서는, 조금씩 힘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급등한 게 그런 것이다. 그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경부운하 건설 구상 등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런 기류는 대선에서 ‘제2의 경제 도약’이나 ‘국가 재건’이라는 구호로 구체화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떠난 여당이나 청와대에선 무엇으로 내년의 화두를 세울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어디에 깃발을 꽂을지를 놓고 드잡이만 한창이다. 10일 밤 노 대통령의 귀국을 계기로 싸움은 다시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이제는 걱정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여현호 국내부문 편집장

yeop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국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