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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6 17:30 수정 : 2006.12.26 17:30

편집국에서 독자에게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부모한테 이런 ‘난감한’ 질문을 합니다. 100여 년 전 미국의 버지니아 오핸런이란 여덟 살 소녀도 똑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1897년 9월 어느날 소녀는 뉴욕의 일간지 <선> 에 편지를 씁니다.

“제 친구 중에는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아빠에게 물어 보았더니 ‘<선>에 물어보면 어떨까? 신문에는 사실만 나오니까 <선>에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하면 분명 산타가 있는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부탁드리는 건데요, 기자님 가르쳐주세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이 편지를 받은 <선>의 프란시스 처치 기자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단다’란 신문 사설로 멋진 답장을 썼습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니 버지니아 오핸런의 편지 가운데 ‘신문에는 사실만 나오니까 <선>에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하면 분명 산타가 있는 거야’는 대목에 눈길이 멎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문에 나왔다”는 “믿을 수 있다”의 동의어였습니다. 친구들끼리 어떤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다 한 친구가 “어제 신문에서 봤다”란 근거를 대며 주장을 펼치면 다른 이들이 수그러들곤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막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 검색부터 합니다.

신문을 보지 않거나 신문 기사를 믿지 않는 사람이 90년대 후반 이후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언론재단의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신문 정기 구독률이 40.0%입니다. 96년 69%이던 신문 구독률이 지난 10년 사이에 29%포인트 가량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또 이 조사를 보면, 매체별 기사·보도 신뢰도가 지상파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케이블 텔레비전·위성방송>전국종합지>잡지>지역 일간지 차례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독자들이 신문 기사를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보다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라 안팎 언론계는 ‘신문의 위기’ 본질이 ‘신뢰의 위기’라고 합니다. 지난 9월 한국에 온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냐시오 라모네 발행인은 “한국도 인터넷 신문과 무료신문 때문에 유료 일간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한 미디어의 문제는 신뢰성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공론장인 신문의 위기는 신문사의 경영 위기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사상과 의견 다양성의 표현 수단을 허무는 결과를 가져와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겨레>는 올해 1월1일치 1면에서 ‘기사의 신뢰성을 더 높이겠습니다’‘독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1년 동안 ‘자발적 오보 시정’‘취재원 실명 인용 원칙’ 등 정착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미흡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추상적 약속을 넘어 구체적 행동으로 ‘신뢰 회복’에 힘 쏟는 <한겨레>가 되겠습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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