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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7 17:37 수정 : 2007.03.27 17:40

편집국에서 독자에게

“<한겨레> 때문에 아침부터 잘못 걸린 전화가 자꾸 온다”는 항의를 지난주에 받았습니다.

알아보니 기사 끝에 전화 번호가 들어갔는데 그 전화 번호가 틀렸습니다. 이 바람에 그 기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가정집으로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음날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정확한 전화번호를 실었습니다. 엉뚱한 문의 전화에 시달린 분이나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 전화를 했는데 ‘전화 잘못 걸었다’는 말에 허탈했을 독자들께 낯이 없습니다. 늦었지만 깊이 사과드립니다.

기사를 쓸 때 아차 방심하는 순간 오보가 됩니다. 무심코 동명이인의 사진을 싣기도 하고, 사람 이름, 땅 이름, 날짜, 통계, 직함 등을 틀리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겨레가 낸 ‘바로잡습니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런 기초적 사실을 잘못 쓴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겨레가 틀리게 쓴 기사를 몇 가지 꼽아보면, 신안 임자도를 무안 임자도로 잘못 적었고, 조명래 단국대 교수를 건국대 교수로 잘못 적었고, 10억달러(약 1조원)를 10억달러(약 10억원)라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는 명종의 모친 문정왕후를 명종비 문정왕후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아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역사적 인물이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살아있는 인물한테 이런 오보를 냈다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기자들이 일부러 오보를 내지는 않습니다. 기사를 쓰기 전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막상 신문이 나오고 난 뒤 보면 틀린 곳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기사를 쓴 기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스스로 기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대신 문제삼는 사람이 없으면 슬쩍 넘어가고 싶어합니다.

신문사들은 16절지(A4) 한 장 크기로 기사를 써 놓고도 잘못이 명백해 고쳐야 할 경우에는 보일락 말락 지면 한쪽 구석에 한두 줄로 ‘바로잡습니다’를 싣습니다. 이런 모습은 모래에 머리를 처박은 채 주변은 도무지 헤아리지 않는 타조와 비슷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싣는다’는 독자에 대한 신뢰는 신문산업의 밑바탕입니다. 기사의 작은 잘못 하나가 신문의 신뢰도를 형편없이 떨어뜨립니다. 독자 처지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도 틀리는데 다른 것은 오죽 하겠냐”며 기사와 신문 자체에 대해 의심을 품기 마련입니다.

시간을 다투며 날마다 만드는 신문에서 오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안 뒤에는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정정보도를 해야 신문의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미국 신문편집인협회 연구 결과를 보면, 독자의 63%가 신문에 실린 바로잡음 기사를 보며 ‘뉴스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한겨레는 지난 1월 취재보도 준칙을 공포하면서 잘못된 기사 내용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바로잡음 기사는 충분하고 분명하고 정중하게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겨레가 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독자와 시민사회의 비판과 도움말을 부탁드립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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