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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8 17:32 수정 : 2007.05.08 17:32

유강문/베이징 특파원

편집국에서

중국의 동쪽 해안선을 따라가면, 위에서 내려온 랴오닝 반도와 아래에서 올라간 산둥반도에 반쯤 갇힌 바다가 보인다. 사람의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낀 아메바를 연상시키는 지형이다. 그 안쪽 바다를 중국에선 보하이(발해)라고 부른다. 바깥쪽은 우리가 서해라고 부르는 곳이다. 산둥반도의 창다오란 섬에선 두 바다의 경계선이 실제로 보이는데, 장사꾼들이 망원경을 빌려주고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보하이는 ‘죽은 바다’다. 중국과 접한 바다 가운데 이곳의 오염이 제일 심하다. 특히 공업단지가 밀집한 톈진을 에워싸고 있는 보하이만의 상태는 끔찍하다. 보하이만의 오염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10년 뒤엔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오염물질이 추가되지 않더라도 보하이만을 자연정화하는 데 적어도 2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 보하이만이 요즘 ‘황금 바다’로 떠올랐다. 2002년부터 이곳 대륙붕에서 크고 작은 유전들이 잇따라 발견돼 석유에 굶주린 중국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이 10년 가까이 쓸 수 있는 분량인 매장량 10억t 규모의 초대형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한 보고서는 보하이만에 모두 205억t 가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이 80년 가까이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보하이만의 대륙붕은 북한 남포 앞바다를 포함하는 서한만 해저까지 뻗어 있다. 중국이 북황해 분지라고 부르는 이곳은 예전부터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도 보하이만과 지리적으로 연결돼 있는 서한만 해저에서 탄화수소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탄화수소란 석유와 가스의 화학적 이름이다.

북한은 실제로 이곳에서 유전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1965년부터 이곳을 탐사해, 현재는 두 곳의 시추정에서 하루 30~50t의 원유를 뽑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북한도 어엿한 산유국인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한에 공급할 수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한만 해저 유전 개발은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가 이른바 석유 메이저들의 발을 꽁꽁 묶어 놨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이 이 해역이 속한 동경 124도 부근에서 국경을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중국은 동경 124도를 기준으로 서쪽 70%가 중국 영해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북한은 최근 이런 걸림돌을 공동개발을 통해 우회하려 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05년 12월 ‘해양원유 공동개발 협정’을 맺어 서한만 해저 탐사의 깃발을 올렸다. 중국 지질조사국은 지난해 10월 서한만 해저의 석유·천연가스 매장 타당성 평가 작업을 마치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과 협정을 맺으면서까지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미뤄 이곳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을 이미 내렸을 공산이 크다.

서한만 해저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에 이어 석유라는 또다른 전략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자 산유국이 되는 셈인데, 국제사회가 이런 ‘강력한 북한’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강력한 북한’이 ‘유연한 북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변하는 것을 보기 원한다면 석유를 갖게 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강문/베이징 특파원

moo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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