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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2 17:46 수정 : 2007.07.22 18:00

정의길 /민족국제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국제법으로 보면, 한반도는 아직 전쟁 상태입니다. 교전만 하고 있지 않을 뿐 법률적으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 대결, 이념 갈등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15년 정도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도 여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6자 회담과 북-미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서면서, 비정상적인 한반도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평화체제 논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9일 제13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조속히 달성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바로 전날 “정부가 곧 이런(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에서는 북-미와 북-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8월 중에 가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안팎의 움직임 속에서 나온 것이 19일치 〈한겨레〉 1면의 ‘정전체제 대체 평화선언, 남·북·미·중 4자보장 추진’이란 제목의 머릿기사입니다. ‘정전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평화선언을 뼈대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 작업을 정부가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이 기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과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가 차례로 브리핑을 통해 ‘너무 이른 보도’라며 평화체제에 대한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커다란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 분야의 보도에 흔히 있는 일입니다.

〈한겨레〉는 한반도 문제를 취재하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마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나와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3자가 종전선언에 서명하자’고 대담한 제안을 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은 과거의 대북 압박정책에서 탈피해 발빠른 대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올 하반기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서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극적인 대북정책 전환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 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을 감안하면 지금이 어느 때보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 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또다시 한반도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차제에 북한 관련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가 자주 부닥치는 곤혹스런 질문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한겨레〉가 북한을 지나치게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보수 일변도의 신문과 견줘본다면 그런 면이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지금 비핵화·평화체제·통일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리비아, 베트남, 예멘, 독일은 그 중 하나의 과제만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이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19 공동성명이나 2·13 합의도 기본적으로 이런 전제가 없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한겨레〉는 ‘북한을 두둔하느냐 아니냐’라는 좁은 시야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외교·안보 분야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들이 새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의길 /민족국제부문 편집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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