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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4 18:46 수정 : 2007.10.15 14:52

오태규/수석부국장

편집국에서

1988년 한겨레신문사 기자들은 언론계의 ‘왕따’였습니다. 2007년 저희는 ‘스따’(스스로 따돌림)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사 기자들은 창간 당시인 88년 기자실 출입을 거부당했습니다. 공무원 아닌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을 막았습니다.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립니다.

당시 저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담당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사 창간 멤버로 참가하기 전에 다니던 언론사에서도 그곳을 맡았습니다. 동료 기자들과 잘 아는 사이였기에 기자실 진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어제의 동료들은 안면을 싹 바꿨습니다. 자신들의 회사를 제도권 언론이라고 비판하는 신문사의 기자와 자리를 함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촌지 거부 운동을 편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희는 ‘거리의 기자’로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리의 기자를 따듯하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로부터 19년 뒤, 저희는 또다시 대다수의 언론과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은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에 따른 부처별 기자실 폐지와 통합브리핑 시행에 항의해 정부의 통합브리핑 참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언론탄압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통합브리핑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함께하는 쉬운 길이 아니라, 홀로 가는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저희는 지난달 28일 편집회의에서 정부의 통합브리핑 본격 시행과 부처별 기자실 폐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했습니다. 기존의 편집위원회 멤버인 정치·경제·사회·민족국제·문화 등 각 부문 편집장 외에 노동조합과 기자협회 지회, 미디어 담당 기자 등도 특별히 참석해 1시간여 토론을 벌였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은 발상 자체가 취재 통제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처별로 기자실을 두고 대면접촉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한겨레>가 굳이 앞서 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다른 언론사와 보조를 맞추자는 얘기입니다. 반면 다른 참석자들은 “핵심은 취재 접근권을 제한하느냐 마느냐인데,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온 홍보관실을 통한 취재 약속이나 대면 취재 장소 제한 등의 큰 문제가 해소됐다. 브리핑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기자실 폐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취재 접근권보다 기자들의 편익이나 기득권 유지라는 측면이 있다”며 ‘독자행동’을 주장했습니다. 수적으로는 후자 쪽의 의견이 많았지만 양쪽의 주장이 되풀이되면서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국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자”는 한마디가 회의의 대세를 결정지었습니다.

저희라고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을 두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정부가 이 시점에서 그토록 힘을 들여 추진할 정책인지부터 잘 모르겠습니다. 방안의 애초 취지가 과연 순수했는지에도 의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작은 불만’을 접고 ‘대의’(국민의 알권리)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통합브리핑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으로 한겨레는 서로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정부와 언론계의 중간 어느 긴장된 지점에 서서, 국민한테 박수받는 ‘영광된 고립’의 길을 걸을 작정입니다. 오태규/수석부국장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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