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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2 20:05 수정 : 2008.06.22 20:05

정재권 문화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의 9층 옥상에는 ‘하니동산’이란 그럴듯한 이름의 공원이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바닥 한편에 나무판을 깔고, 다른 한편엔 흙을 깐 뒤 꽃나무를 심고 습지를 만들어 생명력을 불어넣은 공간입니다.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옥상에 올라 선선한 바람을 맞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난 20일 저녁 한겨레 식구들이 이 동산에서 색다른 ‘파티’를 벌였습니다. 파티의 주인공은 전남 영광군에서 올라온 돼지 한 마리. 4년째 독자인 김태진씨가 “<한겨레> 힘내라”며 갓 잡아 보낸 고기입니다. 소주 한 잔 걸치고 숯불에 구운 고기를 입에 넣으니, 정말 남 부러울 게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맛있네”라는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이름난 농장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돼지라 유별나기도 했을 테지만, 맛을 120%로 끌어올린 건 아무래도 얼굴도 모르는 김태진씨의 애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촛불집회 50여일은 한겨레 사원들에게도 참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소울드레서·마이클럽·82쿡 등 온라인 동호회에서 연세대·이화여대·숙명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 그리고 미국·캐나다·일본·영국 등 지구촌 곳곳의 동포들까지 …. 그야말로 지역과 성별, 세대를 넘어선 이들의 지지 광고가 한겨레 지면을 채웁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한겨레 차량에는 시민들이 건넨 생수와 김밥이 가득합니다.

마이클럽 회원들이 한겨레에 보내온 과일·샌드위치·떡꾸러미 겉포장에는 “고맙습니다. 곁에 있어 주셔서” “당신들이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등의 글귀가 빼곡합니다. 그 응원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이로부터 “아빠가 한겨레에 일해서 친구들한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은 이도 있습니다. 이 모두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에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격려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매서운 질책도 늘 함께합니다. 독자들이 주문사항을 전하는 창구인 한겨레 고객센터 ‘고객의 소리’엔 더 나은 지면을 만들라는 꾸지람과 제안이 가득합니다. 맞춤법이 틀린 곳을 꼬집으며 “신문을 만든 지 20년이나 됐는데 이 정도 수준이냐”는 질타에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 일흔이 족히 넘은 듯한 목소리의 한 독자분은 고객센터의 응대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제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방송 편성표의 시사 토론회 자리에 토론 제목을 꼭 실어달라”는 세세한 주문까지 주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를 더 신랄하게 비판하라” “촛불집회의 목소리를 좀더 정확히 읽어달라” “경제 문화면이 부족하다” 등의 지적을 들을 때면, 어떻하면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지면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절로 듭니다.

독자들이 보내는 애정의 반대편에는 책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화면을 맡은 처지여서인지, 어떻게 하면 수평화하고 다원화한 21세기의 흐름을 제대로 담아내는 그릇이 될까 고민합니다. 촛불집회가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환경·복지·문화와 같은 ‘삶의 질’이 소중한 시대이니까요. 어찌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처한 위기의 본질도 쇠고기나 대운하가 아니라, 달라진 21세기를 1970년대식의 수직·단선적 가치관으로 지배하려는 데 있는지 모릅니다. 촛불국면에서 새삼 느끼는 진리는, 한겨레는 격려와 질책이라는 좌우 날개로 날아가는 새라는 사실입니다.

정재권 문화부문 편집장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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