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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7 20:12 수정 : 2008.07.27 20:12

김영배 경제부문 재정금융팀장

편집국에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1가구 1주택자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건 지난 5월30일이었습니다. 바로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날 제출된 18대 ‘1호 법안’입니다.

저는 16~17대 국회에 걸쳐 한나라당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 의원을 알게 됐는데, 합리적인 경제학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극소수 부자만을 위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냈다는 게 의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닌 듯합니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부동산 부자들이 많이 몰려 사는 ‘서울 서초갑’입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대변해주는 ‘정치활동’이 경제학자의 ‘논리’보다 당장은 더 급하리라 짐작됩니다.

‘또다른 이 의원’이 낸 종부세법 개정안도 내용은 다소 과격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바라봅니다. 이종구 의원이 7월22일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38만명(작년 부과 기준)에서 7만~8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셈입니다.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납세자의 세금 부담은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추정됩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 주민들이 아주 흐뭇해할 내용입니다.

정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종부세 논란을 대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입니다. 한승수 국무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 완화 방침을 내비치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아직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종부세제에 손을 댈 태세입니다.

종부세 대상 가구주가 전국 가구주의 2%도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치적으로 대단히 불리한 선택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런 선택을 주저없이 하려 합니다. 이들이 정치적 감각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2%가 좋아할 종부세 완화 방안에 덧붙여 98%도 대체로 좋아할 재산세 인하, 양도소득세 인하 같은 방안들을 뒤섞어 내놓는 ‘꼼수’를 쓰는 걸 보면 이들도 많이 ‘고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민은 불경기에 물가 폭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도시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까지 올린다고 하니 서민의 어깨는 더욱 처질 것 같습니다. 경제 좀 안다는 사람 중에서 지금이 ‘98%의 민심’과는 동떨어진 종부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가 최근 그 시절의 일화를 하나 들려주더군요. 대통령 지지율이 20% 정도였을 때 식사 약속 일정을 적어놓은 수첩을 펴봤더니 거의가 ‘한 식구들’(청와대 소속)이더라는 것입니다. 외부인들을 만나 봐야 만날 쓴소리만 들으니 자연스레 끼리끼리 어울리게 됐다는 거지요. 그는 “우리는 그때 동종교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 역시 동종교배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배 경제부문 재정금융팀장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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