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0 21:47
수정 : 2008.08.10 21:47
|
김경무 스포츠부문 선임기자
|
편집국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8 베이징올림픽이 무사히 개막식을 치르고 본격 메달 레이스에 들어갔습니다. 남자 유도에서 최민호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선수단은 무척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결승에서 멋진 한판승으로 금을 확정지은 뒤 최민호 선수가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을 보며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금메달을 땄는데, 왜 저리 한에 맺힌 듯한 눈물을 흘릴까? 금을 놓친 것도 아닌데…. 오히려 감격에 겨워 껑충껑충 뛰며 웃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금메달을 따고도 우는 선수들. 반대로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선수들…. 메달은 4년간 각고의 노력을 한 선수들에게는 이렇듯 저마다 다른 의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최민호 선수가 금 물꼬를 터주고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가르면서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 종합 10위 진입’(이른바 10-10)을 목표로 내건 한국 선수단은 초반부터 순조로운 항진을 시작했습니다.
대회 개막날인 8일치 신문 지면을 통해 한국 선수단 종합순위 목표와 관련한 기사를 썼더니, 한 독자분한테 항의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최근 10-10에 대한 기사를 보고 메일 드립니다. 올림픽에는 국가별 종합순위가 없습니다. 금메달 1개가 은메달 100개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그런 제도는 더더욱 없습니다. 1등이 아니면 인정해 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한겨레에서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을 생각해서도 금메달 위주의 종합순위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한겨레의 정체성에 부합되리라 생각합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등이 있을 때마다 고민하던 문제인데, 독자분께서 아픈 곳을 ‘콕’ 찌르듯 지적하셨습니다. 사실 1990년대부터 한겨레 스포츠부 안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금메달 순위를 매기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순위를 뺀 적도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는 어떻게 할까 찾아봤습니다. 조직위는 금메달 순위와 함께 국가별 총 메달 수로도 별도로 순위를 매기고 있더군요.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각 나라의 메달 현황을 소개하면서, 오른쪽 ‘비고란’에는 총 메달 수를 참고로 덧붙여 놓았습니다.
<한겨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대회조직위의 발표대로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여러가지로 궁리해 보았지만, 금메달 수와 총 메달 수를 병행해 표기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매일 모든 나라의 메달 현황을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10개 남짓한 나라들의 현황을 소개하는 기준은 결국 금메달이나 총 메달 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특수 관계인 만큼 북한의 경기 현황도 곁들여야 하겠고요.
다만, 올림픽 소식을 전하면서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신 독자분의 애정 어린 충고는 꼭 염두에 둘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든 메달 하나하나가 다 소중합니다. 설사 메달이 없더라도 매 경기, 매 순간 세계 각국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 그 자체야말로 올림픽의 정수일 것입니다. 또 금메달 순위로 종합 몇 위에 오른다고 해서, 국가 위신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일목요연하게 그날그날의 경기 상황을 종합하되,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각국 선수들의 땀과 눈물도 결코 소홀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베이징에서/김경무 스포츠부문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