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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7 20:15 수정 : 2008.08.17 20:15

정의길 국제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돌팔매를 맞을 말이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독도의 주권 표기를 바꾼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8·15일 광복절 행사는 두 쪽이 났다. 정부가 논란 많은 ‘건국절’ 관련 행사를 집어넣으면서, 정부 행사에 야당이 불참하고, 독립운동 단체들은 별도로 행사를 치렀다.

건국절 제정은 이른바 ‘뉴라이트’ 쪽의 주장이다. 이들 뉴라이트 이론가들의 역사인식은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는 한 뉴라이트 핵심 이론가는 “광복은 우리 힘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가 통설적인 의미의 광복절에 별로 신명이 나지 않은 또 한가지 이유는 일제에 의해 병탄되기 이전에 이땅에 마치 광명한 빛과도 같은 문명이 있었던 것처럼 그 말이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건국절 제정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대다수의 민초에게 조선 왕조는 행복을 약속하는 문명이 아니었다”며 “진정한 의미의 빛은 1948년 8월15일의 건국 그 날에 찾아왔다”고 말한다.(이영훈 서울대 교수,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 <동아일보> 2006년 7월31일) 그는 지난 1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과정 특강에 초청됐다가, 교사들로부터 강연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 무슨 주장인들 못하겠는가. 문제는 정부다. 이명박 정부의 역사인식이 뉴라이트 쪽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8월15일 광복절은 우리 사회의 이념과 정파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우리 모두에게 최대공약수와 같은 기념일이었다. 그래서 역대 정권들은 이날을 맞아 중요한 정책방향과 메시지를 전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의 실정으로 곤죽이 된 상태다. 그런 이명박 정부이기에 이번 8·15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이 정부는 그런 8월15일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원초적인 친일논란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최고가치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이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뉴라이트 이념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욱 기막히는 사실은 우리 내부의 이런 천박한 역사인식에 일본의 극우파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뉴라이트는 우리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만나서 좌담회를 열면 ‘그림’이 될 것 같다.” 일제 침략을 정당화한 교과서를 만든 일본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회장 후지오카 노부카쓰가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새역모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등이 회원인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이라는 일본 정계 내 이른바 ‘교과서 우익’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 안에 자신들의 얘기를 대변하는 세력이 있다고 여기는 일본 우익들은 앞으로 더욱 도발적 행동에 나설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독도 문제로 이미 외교 역량의 밑바닥을 드러낸 이 정부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부는 한국이 식민지배를 통해 근대화되고, 일제의 종군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교사연수를 맡겼다. 그런 우리가 일본 교사들이 보는 학습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이 분쟁 중이라고 표기한 일본의 조처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독도는 과연 우리 땅인가?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그런 확신이 안 선다.


정의길 국제부문 편집장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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