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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9 17:14 수정 : 2014.01.29 20:13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요즘 홍명보(45) 감독을 보면 표정이 어둡다. 나이에 비해 부쩍 늙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든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엄청난 심적 부담감에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골치 아픈 일이 반복되는 ‘징크스’가 생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특정 선수의 대표팀 발탁 문제가 돌출돼 본의 아니게 마음을 썩이고, 언론 인터뷰 때마다 똑같은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박지성(PSV 에인트호번) 문제로 3주 남짓 그랬다.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로 돌아가보자. 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의 병역기피 의혹이 터져 여론이 안 좋아졌다. 그러자 홍 감독은 그를 ‘와일드카드’로 뽑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박주영을 팬들한테 공개사과시키는 자리에서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발언까지 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해 6월 축구대표팀을 맡은 이후로는 한동안 기성용 문제로 다시 속을 썩었다. 최강희 감독 시절 대표팀의 핵심 일원으로 있던 기성용이 몇 사람끼리만 소통하는 비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 험담이었지만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그런 기성용을 대표팀에 뽑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홍 감독은 기성용이 최 감독한테 직접 찾아가 사과하도록 추진했다. 그러나 최 감독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결국 기성용의 공개사과로 사태가 봉합됐지만, 홍 감독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요로를 통해 언론에 협조 요청까지 했다.

현재 홍 감독한테 쏟아지는 단골 질문도 여전히 박지성·박주영 복귀 문제다. 질문하는 기자도, 답하는 홍 감독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참으로 소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문제는, 올해 초 홍 감독이 언론사 스포츠부장단과의 모임에서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주위를 통해 들었을 뿐 직접 확인한 상황이 아니다. 박지성을 만나 직접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발언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박지성은 이에 대해 몇주 동안 함구했다. 아버지 박성종씨가 모호한 말을 일부 언론에 흘려 일이 더 복잡하게 꼬였지만, 박지성이 네덜란드로 찾아간 한 스포츠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박지성은 “지금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표팀에 바람직하지 않다. 대표팀 복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 때문에 후배 한 명이 탈락하는 상황은 받아들 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계속 “직접 박지성을 만나 속마음을 확인해보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명보 형’이라 부르는 그와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이 아닌가?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인터뷰에서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박지성 복귀 여론이 나오면 대표팀이 흔들릴 수가 있어 일찌감치 복귀 여부를 매듭짓고 싶었다”고 그와의 직접 면담 추진 이유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박지성 문제는 이제 언론도 홍 감독도 더는 거론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브라질월드컵(6.13~7.14)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복귀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은 대표팀을 위해서 좋지 않기 때문이다. 34살인 그가 돌아온다고 전력이 배가된다는 보장도 없고, 월드컵 예선에서 헌신한 공격수 한 명은 희생돼야 한다. 가혹한 일이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표팀은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진행중이다. 베테랑 스타의 가세도 좋겠지만, 현재 자원을 극대화하는 게 지금 시점에선 더 중요하다고 본다.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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