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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3 17:15 수정 : 2016.10.23 18:56

박현
경제에디터

출시 한달 반 만의 단종이라는 비운을 맞이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의 파장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이 전하는 뉴스를 보면 그 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격적인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시엔엔은 불에 탄 갤노트7의 모습을 거의 매시간 주요하게 방영하면서 이 브랜드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일부 소비자 반응까지 내보냈다. 엊그제는 갤노트7을 던져 경찰 순찰차들을 폭파시키는 패러디 비디오게임이 나왔다는 보도까지 내보냈다. 이 방송의 서울특파원은 삼성 최고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밀스런 기업’이라고 지칭했다. 이번 사태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혁신조급증과 성과지상주의에 빠져 자충수를 뒀다거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에도 원인이 있다는 등 다양한 진단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삼성이 귀 기울여야 할 지적들이다. 국가 차원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가 삼성그룹과 한국 경제에 갖는 함의다.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의 매출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2014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그룹 매출액의 45.5%로 절반에 육박하고, 당기순이익은 69.5%에 달한다. 제조 계열사들인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고, 삼성에스디아이도 의존도가 30~40%대에 이른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7.7%, 1.3%씩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조 계열사들은 내부거래 매출의 대폭 감소로, 금융 계열사들은 출자 지분의 대규모 자본 손실로 어려움에 처해 삼성그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더 크게는 국가 경제도 위협할 수 있다. 흔히 삼성은 핀란드의 노키아에 비견되곤 한다. 노키아는 2000년 핀란드 수출 중 20.7%를 차지했다. 노키아의 부가가치 창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수출액은 한국 수출의 25%(2013년), 부가가치 창출액은 국내총생산의 4.8%(2014년)에 이른다. ‘단일기업경제’로 불렸던 핀란드보다도 한국 경제가 한 기업집단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큰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몰락할 가능성은 현재 시장 경쟁 구도에선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이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모토롤라와 노키아가 군소업체로 전락한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삼성의 강점으로 여겨져온 스피드 경영과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계열사 간 협업이라는 경영 전략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과 이완된 조직 기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매니지먼트>에서 위기 시에는 누군가 신뢰할 만한 한 사람이 위기 극복을 위한 중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권했다. 리더십이 불분명할 경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 복구가 시급한 현시점에서 이런 어정쩡한 조처만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위기 관리를 주도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신뢰를 받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전권을 맡기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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